|
지독한 불운이다. 이쯤 되니 2012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LA 다저스)이 떠오른다.
양현종은 올해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그것도 개막적인 4월1일 창원 NC전에서만 6이닝 4실점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다. 더군다나 7이닝을 3자책 이하로 막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가 3번이다. 지금까지 승리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다.
답답한 건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다. 주장 이범호도 "아직 (양)현종이가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해 다들 미안한 마음이 크다. 득점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4월은 다 지나갔다. 5월부터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양현종과 후배 야수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공교롭게 이날 경기 1회 결정적인 실책을 한 게 이범호다. 한 번 꼬인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결국 홀로 싸워야 했던 류현진은 그 해 초반 13경기에서 2승(4패)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 기간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9경기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지만 야수들이 평균 3.7점만 뽑아준 탓에 좀처럼 승수는 쌓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파로 시즌 10승 달성에도 실패했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노렸다가 9승9패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한화가 자주 패하다 보니 류현진 등판 때라도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느끼지만, 절심함이 오히려 중압감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또 "어린 선수들이 많아 유독 류현진만 나오면 조급한 모습이다. 긴장감을 즐겨야 하는데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에이스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경기력은 저하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KIA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지나치게 미안함을, 부담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아직 시즌은 길기에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