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트폐지 그후]선수들 반발, 일부 팬서비스 차질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4-28 20:26


올해부터 메리트(승리수당) 제도가 폐지됐다. 수십년간 암암리에 행해지던 메리트는 올해부터 자취를 감췄다. 예전에도 리그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하지 않겠다고 각 구단이 합의했지만 몇달 가지 못했다. 한 구단이 슬그머니 돈을 지불하자 다들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강력한 제재와 규정 명문화로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 문제는 실수익이 줄어든 선수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일부팀에선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지방 A구단은 올해 팬사인회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 여러가지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사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인회를 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팬사인회는 시즌을 앞두고 집중된다. 팬들과의 만남 등 마케팅 행사를 연다. A구단 관계자는 "올해는 구단입장에서도 여느해와 다른 특별한 해임에도 사인회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 선수들 사이에 메리트 폐지에 대한 불만 기조가 상당하다. 팬 서비스 등 마케팅 뿐만 아니라 언론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이 다소 소극적이다.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케팅 행사는 열지 못하고 있다. 우리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른 구단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구단은 메리트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타 구단에선 A구단의 큰 메리트 금액에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지난 1일 개막전 만원관중이 입장한 잠실구장. LG-한화전에서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1/
하지만 지난해말 메리트 폐지에 A구단은 적극적이었다. 단장 회의부터 메리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KBO 고위 관계자는 "A구단이 가장 먼저 메리트 폐지를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자금력으로 리그를 이끌었던 구단이 앞장서서 메리트 폐지를 주장하자 제도 정착은 더욱 용이했다.

지난해말 메리트 폐지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해도 선수들은 반신반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십년간 계속된 제도이고 최근 들어 야구인기가 높아지면서 메리트 금액은 거의 줄어든 적이 없었다. 폐지 선언을 해도 결국에는 다시 시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문제는 메리트 규모가 갈수록 커진 데 있다. 경기당 수백만원 수준에서 수천만원, 3연전에 억대까지 금액이 올라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팀당 연간 10억원 이상으로 메리트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재정압박을 걱정할 수준에 이르렀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몫이라고 생각했던 돈이 수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 B구단의 주장은 최근 구단 사무실에 들러 메리트 시행여부를 되물었다. 자주 이겨도 승리수당이 들어오지 않자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커졌고, 주장이 의견을 수렴해 구단에 재차 문의한 것이다. 이대로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어선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들도 꽤 있다. 선수협 차원에서 대응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BO 관계자는 "승리수당은 잣대가 분명치 않고 음성적으로 운용될 경우 부작용이 크다. 차후 이 부분은 연봉에 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메리트는 돈으로 선수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선수들간, 팀간 위화감에 도박적 요소도 있어 중독성이 우려된다.

경기전 상대선수를 앞에 두고 "오늘 경기에 우리팀은 얼마를 걸었다"는 식의 대화가 스스럼없이 오갔다. 프로야구가 내기나 도박처럼 비춰질 수있다. KBO관계자는 "시행 첫해 선수들의 일부반발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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