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넥센, 예상밖 선전엔 이유있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4-19 23:18


◇넥센 염경엽 감독. 시즌에 앞서 "처음으로 계산없이 시즌에 임한다"고 했지만 두렵진 않다고 말한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순위표를 보는 전문가들은 말문이 막힌다. 이구동성으로 꼴찌로 지목한 넥센은 8승1무6패(19일 현재)로 꼿꼿하게 버티고 있다. 정우람을 한화에 빼앗기고 정상호를 LG에 내준 SK도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SK는 9승6패로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다. '야구 모른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이유없이 팀이 무너지지 않듯, 이유없이 강해지지도 않는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놓친 부분이 있다. 두팀이 19일 인천에서 만났다. 3연전 시리즈 첫날은 넥센이 3대1로 이겼다.

넥센을 두고 지난주 김경문 NC 감독과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젊은 선수들의 의욕과 파이팅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제1선발 밴헤켄은 일본으로 갔다. 유한준은 kt로, 마무리 손승락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차포 떼고 장기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정도면 차포에 마상까지 실종이다. 넥센은 이는 없어도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잇몸은 갈수록 단단해지는 모양새. 알려지지 않았던 보물 신재영(27)이 병역을 마친 뒤 1군 첫해에 3승을 따내며 마운드를 떠받치고 임병욱 김하성 등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넥센 관계자는 "선수 부족은 우리에겐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늘 있어왔다. 장기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살아남기 때문에 미리 대비했다. 코칭스태프의 기민한 준비도 한몫했다. 밴헤켄을 제외하면 100%는 아니라도 대체자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불안한 것은 없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 부상을 당한다면 언제든지 큰 위기가 올수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SK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나왔던 저력이 올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김용희 감독은 지난해 무리하지 않았다. 아무리 굶주려도 씨감자는 품에서 꺼내지 않았다. 투수들의 연투는 자제시켰고, 몸이 아픈 선수는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1군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특별한 전력강화 요인이 없었지만 SK는 올시즌 초반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정의윤이 활약하고 최정과 김강민이 아프지 않고 전력에 가세한 것 정도다. 김용희 감독은 "감독입장에선 늘 부족한 것만 보인다. 투수쪽이 아쉽다. 선발이 좀더 탄탄했으면 하고, 불펜도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SK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김용희 감독님이 독해지신 면도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덕아웃 분위기가 상당히 밝다.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다는 것도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것, 기본에 충실하는 것. 2016년 4월 넥센과 SK가 KBO리그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SK 김용희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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