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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올해도 신나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스프레이 히터'답게 구장 구석 구석으로 타구를 보내고, 시원스런 베이스러닝도 보여준다. 각 종목을 막론하고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첫해 멋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 2년째가 되면서 주위 기대에 대한 부담, 폭이 넓어진 대인관계로 인한 주의력 분산, 누적된 피로 등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야수만 놓고보면 17명중 2년차 징크스, 다시말해 성적이 눈에 띄게 하락한 선수가 7명이었다. 7명은 엇비슷한 성적을 올렸고, 2명은 2년째 더 나은 기록을 보여줬다.
2년차 징크스를 겪었던 선수는 1985년 신인왕 이순철(해태), 1990년 김동수(LG), 1994년 유지현(LG), 1995년 이동수(삼성), 2001년 김태균(한화), 2011년 배영섭(삼성), 2012년 서건창(넥센) 등이다.
성적이 향상된 선수는 2008년 최형우(삼성), 2014년 박민우(NC) 등 2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둘다 눈에 띌 정도의 도약은 아니었다. 결과를 놓고보면 2년차 징크스는 44% 수준이다. 콕 집어 징크스로 분류할 정도는 아니다. 일정 수준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임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상관관계를 논하기 어렵다.
신인왕 이듬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이들 중 상당수는 이후 반등해 멋진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2년째 고전이 긴 선수생활의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1985년 신인왕에 올랐던 이순철은 그해 타율 0.304, 12홈런, 50타점을 기록했지만 1986년 타율이 0.257로 곤두박질 쳤다. 홈런은 2개가 늘었지만 타점은 10개가 줄었다. 1990년 LG 김동수는 최악의 2년차를 보냈다. 1990년 포수로 타율 0.290 13홈런 62타점을 기록했는데 1991년 타율 0.196, 5홈런 24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1994년 신인왕 유지현 역시 이듬해 부상으로 경기수가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타율은 0.305를 유지했지만 홈런과 타점이 터무니없이 줄어들었다.
김태균 역시 2002년에는 신인왕다운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1년 타율 0.305, 20홈런 54타점을 기록했는데 2002년 타율 0.255 7홈런 34타점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2003년 타율 0.319 31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다.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에 등극한 뒤 2013년 조정기를 거쳤다. 이후 2014년 최다안타 신기록(201안타)을 세우며 시즌 MVP가 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역대 야수 신인왕 수상 이후 이듬해 기록 추이
2년차 징크스
1985년 이순철 0.304 12HR 50RBI→0.257 14HR 40RBI
1990년 김동수 0.290 13HR 62RBI→0.196 5HR 24RBI
1994년 유지현 0.305 15HR 51RBI→0.305 1HR 17RBI
1995년 이동수 0.288 22HR 81RBI→0.266 8HR 38RBI
2001년 김태균 0.335 20HR 54RBI→0.255 7HR 34RBI
2011년 배영섭 0.294 2HR 24RBI→0.245 2HR 34RBI
2012년 서건창 0.266 1HR 40RBI→0.266 0HR 18RBI
비슷한 성적
1983년 박종훈 0.312 3HR 24RBI→0.306 7HR 37RBI
1987년 이정훈 0.335 4HR 34RBI→0.309 4HR 34RBI
1993년 양준혁 0.341 23HR 90RBI→0.300 19HR 87RBI
1996년 박재홍 0.295 30HR 108RBI→0.326 27HR 69RBI
1997년 이병규 0.305 7HR 69RBI→0.279 9HR 67RBI
1999년 홍성흔 0.258 16HR 63RBI→0.290 10HR 59RBI
2010년 양의지 0.267 20HR 68RBI→0.301 4HR 46RBI
2년차 성장
2008년 최형우 0.276 19HR 71RBI→0.284 23HR 83RBI
2014년 박민우 0.298 1HR 40RBI(50도루)→0.304 3HR 47RBI(46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