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덕수고 출신 프로선수 26명, 광주일고 제치고 1위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4-07 18:15


야구 관계자들은 프로 선수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고시 합격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다소 과장이 섞인 말이긴 하지만, 그만큼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1군 주전급 선수로 자리잡는다는 건 더 특별한 일이다. 한해 800명이 넘는 아마추어 선수가 나오는데, 이 중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거나, 육성선수로 프로팀에 입단하는 선수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 새 얼굴이 들어온만큼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 선수들은 짐을 싸야 한다.

올해 KBO리그에서 연봉 1억원이 넘는 선수는 총 148명이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금액인데, 역대 최고액이다. 지난 1일 개막전 기준으로 10개 구단의 1군 등록 선수 267명 평균 연봉은 2억4253만원이었다. 지난해보다 17.5% 증가했다. 야구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스포츠 유망주들이 야구로 몰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3월 말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야구를 움직이는 파워 피플'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예상대로 1위에 올랐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야구해설가 허구연씨가 2~3위로 뒤를 있었다. 이승엽이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오른 게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야구 현장,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집단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10개 구단의 국내 등록선수 587명(1월 29일 기준)의 출신 고교를 조사했다. 선수 개인의 영향력을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출신 고교별 영향력을 엿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전통의 야구 명문고들이 순위표 앞자리를 차지했다.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6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두산 민병헌이 우중월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02.

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개막전 경기가 경기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2,3루에서 김태균이 2타점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1/
북일고와 덕수고가 나란히 26명으로 광주일고를 제치고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북일고 출신으로는 김태균 안영명(이상 한화) 유원상(LG) 나주환(SK), 덕수고 졸업생으로는 이용규(한화) 민병헌(두산) 김민성(넥센) 김문호(롯데) 등이 소속팀의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북일고 출신은 연고지역 팀인 한화 이글스에 가장 많은 7명, 덕수고 출신은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6명이 뛰고 있었다.

덕수고를 졸업한 민병헌은 "우리 학교 출신 선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기분 좋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학년 때 황금사자기대회에서 우승했는데, 김문호(롯데) 김민성 김세현(이상 넥센)이 주축 선수였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몇몇 학교에서 입학 제의가 있었지만 덕수고를 선택했다. 지원이 좋은데다 전통이 있고 야구 잘 하는 선수가 많아 주저없이 선택했다"고 했다.

북일고와 덕수고는 최근 몇 년간 전국대회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 지속적인 지원을 하면 좋은 선수가 몰리고, 성적을 내고 프로 선수가 많이 나오면, 다시 좋은 선수가 모이는 사이클이다. 우수 자원의 특정 명문고 쏠림 현상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일고 출신의 '간판' 김태균은 "북일고 출신으로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많은 선배님들이 발판을 잘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재단에서 좋은 운동 환경을 만들어 줬기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나와 국내외 프로야구에서 멋진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문 프로 선수의 좋은 활약은 후배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프로에 간 선배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프로 진출의 꿈을
KIA 심동섭. 스포츠조선 DB

LG 임정우. 스포츠조선 DB
키우고 있다"고 했다.


2012년, 2013년 조사 때는 광주일고 출신이 가장 많았는데, 올해는 공동 3위에 랭크됐다. 김병현 곽정철 심동섭(이상 KIA) 허경민(두산) 등 광주일고 출신 24명이 프로 10개 구단에 고르게 퍼져 있다. 지난 겨울 서재응과 최희섭이 은퇴하면서 굵직한 선수가 줄었다. 광주일고와 공동 3위에 오른 서울고 졸업생으로는 박건우(두산) 임정우 유강남(이상 LG) 허도환(한화) 등이 있다.

광주일고 출신인 심동섭은 "(모교에 대해)뿌듯한 마음이 크다.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선배들이 좋은 활약을 했고, 지금도 그렇지 않나. 학창시절 허세환 감독님께서 훈련을 정말 많이 시켰는데, 그 도움이 큰 것 같다"고 했다

부산고와 성남고(이상 20명)가 공동 5위에 자리했고, 신일고 장충고 휘문고(이상 18명) 경남고(17명) 경기고(16명) 광주동성고(15명) 군산상고 유신고 진흥고(이상 14명)가 뒤를 따랐다. 프로 선수 10명 이상을 배출한 고교는 총 29개. 광주지역 명문 광주일고 진흥고 동성고 , 대구의 경북고 대구고 상원고(대구상고), 부산의 부산고 경남고 부경고(경남상고)가 모두 이 리스트에 올랐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고교야구팀은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준다. 동문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발전이 고교는 물론, 한국야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올해 국내 선수의 출신고는 총 55개. 해외 고교를 졸업한 선수는 3명이다. 황목치승(LG)과 신성현(한화)이 일본 교토국제고, 재미교포인 이케빈(삼성)이 미국 뉴저지주 파삭 밸피고를 다녔다. 어렵게 선수 명백을 이어가고 있는 곳도 있다. 이정훈(넥센)은 유일한 동래고 출신 현역 프로 선수인데, 모교 야구부가 해체된 상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선수 출신 고교 순위

순위=고교명=두산=삼성=NC=넥센=SK=한화=KIA=롯데=LG=kt=합계

1=북일고=1=1=0=4=2=7=2=2=4=3=26명

1=덕수고=6=1=1=5=0=2=3=4=2=2=26명

3=광주일고=3=0=3=1=1=1=7=1=5=2=24명

3=서울고=3=1=3=4=2=3=2=1=5=0=24명

5=부산고=1=2=4=0=4=1=1=6=0=1=20명

5=성남고=5=1=0=1=2=6=0=2=0=3=20명

7=신일고=1=3=2=1=1=3=1=0=4=2=18명

7=장충고=4=2=4=2=0=0=4=1=1=0=18명

7=휘문고=5=0=4=0=0=2=2=0=4=1=18명

10=경남고=1=2=1=1=1=1=0=6=1=3=17명

11=경기고=1=1=2=3=0=0=1=1=4=3=16명

12=광주동성고=3=1=1=0=0=1=6=1=2=0=15명

13=군산상고=0=1=1=0=4=1=2=2=0=3=14명

13=유신고=3=1=2=0=1=0=1=1=1=4=14명

13=진흥고=2=1=3=2=2=0=3=0=1=0=14명

16=경북고=0=5=0=0=2=1=1=2=1=1=13명

16=대구고=0=4=2=1=0=0=1=2=1=2=13명

16=선린인터넷고=1=1=4=1=1=0=2=0=3=0=13명

16=야탑고=3=1=2=1=2=1=1=0=1=1=13명

16=인천고=2=1=1=4=3=0=1=1=0=0=13명

16=중앙고=3=1=1=1=0=3=1=0=1=2=13명

22=부경고(경남상고)=1=0=0=1=1=3=0=3=1=2=12

22=대전고=1=1=0=3=1=3=0=0=1=2=12명

22=대구상원고(대구상고)=1=4=1=2=0=1=0=2=0=1=12명

22=동산고=1=1=0=3=2=2=1=0=1=1=12명

26=배명고=1=2=0=0=2=1=1=2=1=1=11명

27=용마고=0=1=1=1=1=1=1=3=0=1=10명

27=충암고=1=0=0=0=2=1=2=1=2=1=10명

27=효천고=1=1=1=1=0=2=0=2=1=1=10명

※자료=KBO 제공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