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에이전트 제도, 2017년 시행될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3-27 09:19


스포츠조선

KBO리그에 '에이전트(대리인)'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몇 해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문체부는 KBO사무국 등 4대 프로스포츠를 움직이는 실무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에이전트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동안 KBO리그 10개팀은 에이전트 도입이 시장 규모와 재정 자립도 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고 봤다. 정부의 시책이라 대놓고 거부 의사를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가 심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에이전트 제도가 공정한 거래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KBO사무국도 상급 기관인 문체부의 정책에 더이상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이호준)도 에이전트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호준 회장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계속 기다려왔다. KBO사무국도 그동안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올해가 기다리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KBO사무국과 10개팀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안에 에이전트 도입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현행 규약에선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할 경우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 있다. 또 대리인으로 정한 변호사는 2명 이상의 선수 계약에 관여할 수 없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선 기존 규약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KBO사무국의 고민은 깊다. 회원사 10개팀은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난립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동안 연봉 협상이나 FA 계약 과정에서 선수와 직접 '밀당(밀고 당기고)을 했다. 하지만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선수가 아닌 선수와 계약한 대리인과 테이블에 마주하게 된다. 구단 입장에선 추가 비용(중계 수수료) 발생과 무자격 대리인으로 인한 피해 등을 걱정하고 있다.

결국 KBO사무국에서 에이전트 자격을 어느 선까지 허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야구 보다 에이전트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축구에선 FIFA(국제축구연맹)가 기존 에이전트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리인의 장벽이 거의 허물어졌다. 따라서 기존의 에이전트 시험도 없어졌다.

KBO리그가 축구 처럼 에이전트 자격 장벽을 처음부터 낮게 출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호준 회장도 "선수와 구단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선수협도 검증된 에이전트와 계약하기 위해 구단과 협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에이전트 제도가 고액 연봉자만을 위한 것이라 현재 KBO리그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미 KBO리그 시장에선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굴지의 연예기획사들이 스포츠 관련 대행사들을 인수 합병하고 있다. 은퇴 선수를 직원으로 영입해 현역 선수와의 계약을 위한 정지 작업도 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에이전트 계약 전 단계인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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