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연봉 로저스-헥터, 몸값만큼 기대해도 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3-21 11:58


한화 이글스가 20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한화 로저스가 사탕수수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오키나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2.20.

오키나와 전지 훈련을 마친 한화와 KIA 선수단이 3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화 로저스가 환하게 웃으며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3.03.

가격대비 성능비를 뜻하는 가성비. 요즘 대다수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값 이상으로 상품의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갑을 연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에 위탁해 판매하는 PB상품(private brand products)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거품이 빠진 가격에 품질, 성능까지 뛰어나다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산업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합리적인 비용이 중시되고 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FA(자유계약선수)와 외국인 선수 몸값이다. 우승 내지 성적이 필요한 구단들의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선수 몸값이 치솟아 우려가 크다. 구단이 투자한만큼 결과가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과감한 결정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A급 외국인 선수 연봉이 100만달러(약 11억70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간 이번 시즌에,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에스밀 로저스(한화 이글스)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다. 지난해 후반기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로저스(31)는 190만달러(약 22억2000만원)에 재계약했다. KIA는 헥터(29)를 170만달러(약 19억9000만원)에 영입했다. 역대 외국인 선수 연봉 1~2위다. 구단이 공식발표한 보장된 금액 말고도 여러가지 부대 비용이 들어간다. 두 선수가 계약 직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성적을 냈다는 점이 몸값에 반영됐다. 30세 안팎의 젊은 나이도 고려가 됐을 것이다.

뉴욕 양키스 출신인 로저스는 지난해 한화 소속으로 10경기에 나서 4차례 완투를 하면서, 6승2패-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위력적인 구위, 뛰어난 완투 능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헥터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승31패-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그런데 소속팀에서 에이스, 주축 선발 투수 역할을 해줘야할 로저스, 헥터는 높은 몸값만큼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정규시즌 개막까지 시간이 남아있지만, 불안한 요소가 있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넥센 히어로즈전에 첫 등판한 헥터는 3이닝 1안타 1볼넷 1실점을 했다. 히어로즈의 중심타자를 상대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하는 등 삼진 5개를 끌어냈다. 당시 42개를 던진 헥터는 "80% 수준으로 던졌다"고 했다. 그런데 19일 두산 베어스전에 두번째 등판한 헥터는 3⅔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다.


KIA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12일 시범경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1회초 첫타자 서건창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12일 넥센 히어로즈전 1회초 2사에서 이택근을 상대로 빠른 공을 던져 삼진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썩 좋은 내용이 아니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헥터가 부진했다기보다 두산 타자들이 잘 했다'는 취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시범경기다보니 100% 피칭을 했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두산 타자들은 헥터의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다. 끈질기게 커트를 하면서 헥터를 공략했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구질, 구위를 보면 헥터보다 지크가 더 나은 것 같다. 공격적인 투구, 빠른 템포, 평균구속 148km를 던진 지크가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3월 중순쯤 되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로저스는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시범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서산 2군 구장에 머물고 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달 말에나 1군 등판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선발진 구성으로 고민이 큰데, 개막 후 한달 가까이 에이스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부분 손상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야구인은 "지난해 후반기 무리한 투구가 팔꿈치 이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알려진 것보다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지난해 보여준 위력적인 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단 안팎에서는 로저스와 김성근 감독의 불화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에이스 로저스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면, 우승을 노리고 있는 한화에 대형악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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