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프로야구 음주사고 대책은 없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3-14 11:19


프로야구에 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는 예전에도 많았다. 음주 후 폭행사건, 성추행, 특히 음주운전은 단골이었다. 해마다 KBO, 구단 차원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LG 정찬헌과 정성훈은 연이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때도 비난여론이 엄청났지만 지난 13일 kt 오정복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조사 결과 오정복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03%였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근절시킬 특단의 대책은 없을까. kt는 구단 자체징계로 10경기 출전정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선수단 대상 교육 확대의사를 밝혔다. 징계수준은 낮다.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 수위를 염두에 뒀는지 몰라도 아끼는 자식에겐 매를 한번 들어야 한다.


kt 오정복. 스포츠조선 DB
오정복은 음주운전으로 공공도로를 질주했고, 자칫하면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정성훈은 지하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으로 잔여경기 출전정지를 받았다. 정찬헌 역시 잔여경기 출전정지였다. kt의 10경기 출전정지로는 재발방지를 위한 구단의 의지를 느끼기 어렵다.

'음주운전=잠재적인 살인행위'라는 것은 점점 사회통념으로 굳어지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연이은 사망사고로 사회적인 공분도 채 가시지 않았다. 음주운전은 노상방뇨같은 경범죄가 아니다.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느려진 자동차 운전은 보행자나 상대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다.

교육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음주운전이 위험하고 나쁜 짓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성인인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현재로선 따끔한 징계가 최우선이다. 징계를 통한 확실한 본보기는 구단과 야구계의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이렇게 해야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대리운전을 하고, 또 대리운전 등으로 주위사람들이 자신의 음주 사실을 아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안하게 된다. 술에 관대한 사회문화와 음주운전은 완전히 별개 사안이다. 음주운전이 범법행위를 넘어 범죄행위라는 점을 깨닫게 하려면 이처럼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마카오 원정도박으로 징계를 받은 임창용과 오승환은 한국야구에 복귀하면 시즌의 절반을 뛸 수 없다. 144경기 중 72경기다. 자신의 돈으로 도박을 했지만 상습도박과 외환관리법 등 실정법 위반을 했다. 이들이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VIP룸에서 도박을 했기 때문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조직폭력배의 사업자금을 쓰였을 수 있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죄질을 더 나쁘게 하지만 이는 몇 단계 더 나아간 추론이다. 이들의 도박이 최소한 다른 사람의 인생이나 생명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오정복의 음주운전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는 이번 일탈이 누군가의 행복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처벌된다. 이는 우리사회가 음주운전 사고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함이다.

정찬헌과 정성훈의 사례를 뻔히 알고도 음주운전은 또 나왔다. 오정복 뒤에도 프로야구 음주운전은 또 나올수 있다. 선수들 마음속에 "재수없이 단속에 걸렸다"는 생각이 고개들 때마다 재연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은 소를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다. 늘 더 심각하고 허탈한 상황은 소를 잃었을 때가 아니라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 '또다시' 소를 잃었을 때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