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로 편향의 롯데 선발진에 이재곤은 어떨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3-14 08:38


롯데 자이언츠 이재곤이 팔을 더 내려 언더핸드스로 스타일로 투구폼을 바꾸면서 시범경기 들어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현재 4,5선발 후보로 박세웅과 고원준을 올려놓고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이닝 2안타 1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펼쳤고, 고원준은 다음날 삼성을 상대로 2이닝 2안타 2실점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 둘은 전지훈련 연습경기부터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다른 선발 후보들도 테스트를 받아왔지만, 구위나 경기운영 등을 봤을 때 박세웅과 고원준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투수는 아직 없다.

그런데 또 한 명의 선발 후보가 명함을 내밀고 있다. 2007년 데뷔한 프로 10년차 이재곤이다. 2007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이재곤은 롯데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재곤은 신인 시절 1군 기회를 얻지 못하고 경찰청에 입대해 2년을 보낸 뒤 2010년 돌아와 비로소 1군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그해 선발로 22경기에 나가 완투승 1번을 포함해 8승3패, 평균자책점 4.14를 올리며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곤은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매년 스프링캠프서는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도 시즌서는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이 잦았고, 팀 내부적으로도 투수들의 보직 이동이 잦았다.

그러나 이재곤은 올해 프로 입단 후 가장 혁신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만 마무리 훈련 때부터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사이드암스로였던 이재곤은 조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의 권유로 팔을 좀더 아래로 내려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공끝의 움직임과 밸런스 안정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잘 적응이 되지 않다가 올초 전지훈련서 익숙한 폼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언더핸드스로에 가까워졌다.

이번 시범경기서 호투를 이어가면서 바뀐 투구폼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가 3이닝을 1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았고, 앞서 9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3탈삼진을 올리며 시선을 끌었다. 합계 5이닝 1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0.00.

고원준은 "시범경기서 컨디션이 괜찮다. 작년 마무리 캠프부터 이전까지 안된 부분을 고치려고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지금 폼으로 바꿨다"며 "이전보다 스트라이크가 마음먹은대로 더 잘 들어간다. 예전에는 스피드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던졌지만, 지금은 공의 무브먼트에 신경쓰고 던진다. 아직까지 고쳐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재곤은 최근 4년 동안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팀내 입지도 좁아지고 보직도 어정쩡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선발과 중간서 모두 활용도가 높은 베테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처럼 선발로 나갈 수도 있고, 2011년처럼 롱릴리프를 맡을 수도 있다. 물론 롯데가 지난해에 비해 투수간 경쟁이 치열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정된 투구를 이어간다면 팀내 마운드 경쟁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선발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지훈련을 시작할 시점 롯데의 4,5선발 후보는 6~7명에 달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박세웅과 고원준이 압도적인 기량을 유지하며 로테이션 합류를 확정짓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시범경기서 이재곤이 등장했다. 조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좀더 다양해진 것이다.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송승준에 박세웅과 고원준 등 선발 5명이 모두 오버핸드스로다. 실력만 된다면 유형이 다른 선발투수 한 명 정도는 장기 레이스에서 득이 많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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