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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다. 중요한 건 경기 감각이다.
수비에선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처리했다. 3회까지 한 차례도 공이 오지 않다가 4회말 A.J. 피어진스키의 평범한 뜬공은 무난하게 처리했다. 경기는 양 팀의 4대4 무승부. 볼티모어는 4-0으로 앞서다 불펜진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했다. 시범경기인 점을 감안해 연장 10회까지만 치러졌다.
기본적으로 치기 힘든 공들은 아니었다. 가장 빠른 공은 3회 브라와가 던진 93마일(약 150㎞) 속구, 느린 공은 6회 세르벤카의 76마일(약 122㎞)짜리 변화구였다. 하지만 11개의 공을 본 김현수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동안 느린 배팅볼만 치다가 이날이 첫 실전인 까닭에 반응 속도가 예리하지 못했다.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단번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또 워낙 주위의 관심이 높아 선수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현수도 "다소 긴장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까'만 생각했다"며 "내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서 한국에서 보여줬던 좋은 모습을 되찾겠다"며 "지금 부족해 보이는 점을 경기를 하면서 고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에서 김현수의 최대 장점은 배트 컨트롤이었다. 삼진이 적고 출루율이 높은 비결도 이 때문이다. 그는 배트 스피드가 특출나지 않지만, 남다른 컨트롤로 강속구와 변화구를 모두 잘 때렸다. 이날 경기 후 ESPN은 "김현수가 '타석에서 갈 길이 꽤 멀다'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기 감각만 끌어 올린다면 금세 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