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로사리오, '유희관' 잡으면 성공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2-25 11:50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과연 올해 성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을 내놓는 건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한국 야구 특유의 스타일과 투수들의 성향을 잘 익히고 적응해 선구안을 늘리고, 주특기인 장타력을 끌어올리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대답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 설득력은 별로 없다. 이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은 이렇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 시절 한 시즌 28개의 홈런을 쳤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지녔다. 그러나 국내리그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변화구 공략 등에서 보완점이 있다. 만약 로사리오가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인 유희관의 느린 공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유희관을 무너트리면 성공한다."

다시 말해 로사리오는 두산의 에이스이자 현재 리그 최고 투수인 유희관을 올해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면 확실하게 국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유희관'이 로사리오의 최우선 공략 대상이 돼야 한다. 이유는 유희관의 독특한 투구 스타일과 구질에서 기인한다. 유희관은 전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독특한 유형의 투수다. 최고 구속이 불과 130㎞대 초반에 그치고, 느린 커브는 100㎞ 언저리에서 오간다. 공의 스피드만 보면 도저히 프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유희관은 이런 단점을 오히려 가장 강력한 장점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구속은 느리지만, 볼끝은 살아있게 던졌다. 또 그 느린 공을 또 세분화 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았았다. 거기에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는 제구력까지 더하자 국내에서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유희관의 성공은 결코 '운'으로 된 게 아니다. 그는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명인'이다. 일본 프로야구계의 거물인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유희관은 참 특별한 투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유희관이야말로 로사리오가 극복해야 할 관문이다.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28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인물이다. 유희관 이전에 한국 최고의 좌완이자 '파이어볼러'였던 류현진을 상대로도 홈런을 친 경력이 있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은 로사리오에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그런 공을 밀어쳐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유희관처럼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한 적이 있을까. 전력 피칭에서 나오는 131㎞의 패스트볼, 그리고 같은 폼에서 나오는 싱커와 느린 커브. 이런 식의 투구 레퍼토리는 로사리오에게는 무척이나 낯설 것이다. 결국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유희관 공략'이야말로 로사리오의 한국 무대 적응에 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희관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한국 투수들도 다양한 변화구와 유인구로 타자를 유혹하는 편이다. 특히 로사리오처럼 장타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 타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유인구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체인지업이나 싱커 등으로 타이밍을 무너트리려는 시도도 나올 것이 뻔하다. 그 최고 정점에 있는 투수가 바로 유희관이다. 다시 말해 유희관의 까다로운 패턴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다른 투수들을 상대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로사리오는 이미 캠프를 통해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파워'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남은 숙제는 변화구 대처능력을 좀 더 키우는 일이다. 목표점이 분명해야 발전이 있다. 지금 로사리오가 공략 목표로 확실하게 찍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희관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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