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 손승락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것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2-25 08:47


롯데 자이언츠 소방수 손승락은 올시즌 목표가 가을야구를 넘어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자체 연습경기에 등판한 손승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보통 FA '이적생'들을 향해서는 기대치가 높기 마련이다. 팬들은 물론이고 구단서도 성적을 한 단계 끌어올려주기를 바란다.

지난 오프시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팀은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다. 두 팀 모두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에 참가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에는 오르지 못했다. 뒷심이 부족했든 기본 전력이 떨어졌든 구단 입장에서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했고, FA 시장 공략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 보강에 집중하면서 셋업맨 윤길현과 마무리 손승락을 잡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을야구를 해야 한다는게 롯데가 느끼는 의무감이다. 이적생 당사자인 손승락의 생각은 어떨까.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손승락은 "가을야구가 목표지만, 어느 선수든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다"며 "모든 팀들이 다 똑같겠지만,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게 뭔지 다들 알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손승락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처음 오른 것은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다. 당시 넥센은 삼성 라이온즈에 2승4패를 무릎을 꿇었지만 손승락으로서는 값진 경험을 쌓은 무대였다. 3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를 올렸고, 5차전서는 삼성 최형우에게 끝내기 역전 2루타를 맞은 쓰라린 기억도 있다.

롯데가 손승락을 데려온 배경에 '우승'이라는 단어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올해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로 잡았지만, 손승락의 마음 속에 꿈틀거리는 우승 욕망은 결코 작지 않다.

현재 페이스는 순조롭다. 지난 24일 자체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으며 첫 실전 등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직구 구속이 최고 146㎞까지 나왔으니 만족스러운 첫 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손승락은 "세 타자 밖에 승부를 안해서 아직까진 게임을 했다는 느낌은 아니다. 앞으로는 실전 게임에 치중하면서 적당한 속도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린 뒤 시범경기서 완벽하게 만들 생각이다. 코칭스태프도 내가 알아서 하라고 하신다"면서 "올해 개인 목표라면 싸워서 이기고, 좋은 볼을 많이 던지는 것이다. 한 타자를 잡다보면 1이닝이 되고, 1이닝이 모여 한 시즌이 되니까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며 베테랑다운 각오를 드러냈다.

롯데의 팀분위기에 대해서는 "너무 좋다. 정말로 어떤 선수도 즐겁게 안하는 선수가 없다. 이 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한다는 게 행복한 것 같다"며 "감독님도 편하게 해주시고, 운동도 알아서 하도록 하신다. 엄격한 룰 속에서도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손승락이 마무리를 맡게 되면 롯데의 뒷문은 확실히 차원이 달라진다. 하지만 손승락도 그렇고 대부분의 주축 불펜투수들이 30대 중후반의 고참들이다. 때문에 '노쇠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손승락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중 지금까지 야구를 쉽게 해오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고 팀이 안좋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으니 나이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거의 매년 마무리 투수가 바뀌어 왔다. 손승락처럼 전문 마무리를 보유하는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롯데는 역전패가 34차례였고, 7회까지 리드를 잡고도 뒤집힌 경기가 7번이나 됐다. 가을야구를 넘어 우승까지 가는데 역전패는 치명적이다. 손승락이 전훈 캠프서 구상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가고시마(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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