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36)의 탈퇴발언이 한화 오키나와 캠프를 뒤흔들고 있다. 선수단 독감 여파가 잦아질 즈음인 19일과 20일, FA한상훈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화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한화는 한상훈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는데 한화 구단이 제안한 육성선수(연습생 신분)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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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은 지금이라도 한화를 제외한 9개구단 어디라도 계약을 할 수 있는 신분이다. 한화가 보류선수 명단에서 지난해말 한상훈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9개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한상훈이 시장에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고액연봉자란 것도 물론 알았다.
한상훈은 "점점 구단이 나를 필요치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맞는 말이다. 한화가 한상훈에게 좀더 마음이 있었다면 보류선수 명단(65명)에서 제외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뒤 육성선수 계약으로 향후 기량을 올라오면 1군에 합류하는 편법이 있기는 하다. 한상훈은 규약의 허점을 이용한 육성선수로의 신분전환을 성토했다.
롯데는 최영환에게 한화와의 다른 계약여부를 물었고 '깨끗한 신분'임을 확인했다. 이윤원 롯데 단장은 최영환 영입후 스카우트 파트를 치하했다. 필요하다는 판단만 서면 방출한 구단이 육성선수로 얼렁뚱땅 계약하기 이전에 나머지 9개 구단 스카우트가 즉각적으로 접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건강한 몸과 실력이다. 적어도 미래투자가치라도 있어야 한다. 몇몇 구단은 이 조항을 악용, 선수를 방출시킨 뒤 육성계약으로 묶기도 했다. 더 나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푼 뒤 혹시나 있을 가능성을 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타팀에선 이 선수들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구단 눈치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일단 효용가치가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근엔 이같은 움직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화는 한상훈에게 나쁘지 않은 대우를 했다. 수비 전문인 한상훈이 규정타석을 채운 것은 2011년 딱 한번이다. 11시즌 통산타율은 0.239. 2014년엔 77경기, 지난해엔 35경기를 뛰었다.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프리미엄이 FA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상훈은 큰 돈을 손에 쥔 뒤 2년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자발적인 부상은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연봉은 계약서대로 지불된다. 한상훈의 잔여 연봉에 대해 한화는 지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례가 없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속상하는 쪽은 한화 구단이다. 웬만하면 FA선수이기에 안고 가고 싶지만 전력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현장 입장을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
한상훈은 일시불이 됐든, 분할지급이 됐든 단기간에 잔여연봉을 지불받고 다른 팀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베스트 플랜이다. 통상적인 연봉은 매달 지급된다. 하지만 이는 한화 구단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이미 큰 금전적 손해를 본 상황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육성계약 제안을 한 셈이다.
계약엔 늘 대박과 쪽박이 공존한다. 계약의 경우 먼저 파기한 쪽이 계약을 보전해주는 것은 맞지만 새로운 둥지를 찾았을 땐 이전 소속팀으로부터 연봉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상훈의 경우 한화에서 받는 연봉 이상을 제시할 팀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본인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상훈이 잔여연봉을 한화에서 받고 올해와 내년 타팀에서 뛰면서 또 연봉을 받는다면 사상 첫 2개구단에서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된다. 만약 연봉을 받지 않고 자신을 받아준 팀을 위해 무료봉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이 또한 한화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