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의 육성론 "내 생각만 하는 혹사 없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2-16 07:55


KT위즈의 2016년도 선수단 신년 결의식이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조범현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1.13.

"당장 올시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kt와 선수들의 미래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걱정이 많다. 1군 2년차인 2016 시즌. 팬들에게 좋은 야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큰 데, 여기저기 걱정거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선발진 구성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단, 외국인 투수 3명이 던지는 것까지는 좋다. 트래비스 밴와트-요한 피노-슈가 레이 마리몬 모두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4, 5선발이다. 지난해 마무리로 뛰었던 장시환을 선발로 돌릴 구상을 하고 있었던 조 감독인데, 장시환이 지난 시즌 막판 무릎을 다치며 올해 선발로 던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선발 수업을 받았던 3명의 젊은 투수가 힘을 내야 한다. 좌완 정대현 정성곤,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이다. 다른 잠재 후보들도 분명히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 3명의 투수가 선발 경쟁을 펼쳐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희망은 있다. 세 사람 모두 이번 캠프에서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1군 경험이 조금 더 있는 정대현은 워낙 영리한 투수라 구위를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당장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의 평가다. 정성곤과 엄상백은 체형부터 달라졌다. 두 사람 모두 잘 먹고, 많이 운동해 더 크고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공에 힘이 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 감독의 철학은 확고하다. 이 3명의 투수를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선발로 예상 외의 활약을 해준다고 치자. 예를 들어 많은 공을 던지며 3연승을 거뒀다.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만 같은가. 아니다. 나는 상황을 보고 욕을 먹더라도 그 선수를 1군 엔트리에서 뺄 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몸도 좋아지고 훈련도 많이 했다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부하 속에 시즌을 치르면 그 선수들에게도, 팀에도 손해다. kt의 미래인 선수들이다. 당장 시즌만 놓고 욕심을 낸다면 큰 것을 놓치게 된다. 우리 프로야구가 장기적으로 선수를 키울 수 없는 시스템인데, 이 부분이 지도자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조 감독은 올해 kt와의 계약 마지막 해다. 감독에 대한 여러 평가 요소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성적을 위해 무리하게 젊은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장시환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7월 복귀가 점쳐졌는데, 예상치 못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개막전 등판이 가능해졌다. 이도 조 감독이 욕심을 부린 게 아니다. 장시환에게 철저히 몸상태를 묻고, 의학적 가능성을 치밀하게 타진했다. 조 감독은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 수술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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