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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과 김경문.
강력한 공통점이 있다. 확실하게 팀을 장악한다. 사령탑의 기본과제지만,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최근 사령탑들은 '자율'과 '효율'을 강조한다. 이들은 약간 다르다. 팀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서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명확한 마지노선이 있다. 팀 워크를 해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칼에 잘라버린다. 근성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부분도 닮아있다.
2007년을 기점으로 그들은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한국프로야구의 발전 과정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공헌을 했다.
당시 SK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디테일'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공수에서 '30㎝의 미학'을 추구했다. 정교한 베이스 러닝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추구했다. 반대로, 수비에서는 기계적인 세밀함과 펜스 플레이 강조로 한 베이스를 줄이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항상 B플랜을 중시하는 '벌떼야구'의 마운드 운용으로 SK 왕조를 이뤄냈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디테일'과 '뚝심'의 밸런스를 정확하게 나눴다. 당시 두산은 '육상부'라 불릴 정도로 공격적 베이스 러닝을 강조했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끝없는 믿음을 주면서 결국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종욱 김현수 고영민 등 두산 '화수분 야구'의 초석을 확립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두산의 기본적 팀컬러 '허슬두'와 '몰아치기'는 김 감독이 사실상 기틀을 만든 것이다.
두 팀의 경쟁은 한국야구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빠른 야구'와 '강한 수비'로 국제 경쟁력을 상승시켰다. 김성근 감독이 느슨했던 전지훈련을 지옥훈련으로 변모시키며 리그 트렌드를 주도했고, 김경문 감독은 주력이 뛰어난 선수를 중용, 적극적 베이스러닝을 강조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형 야구'의 모델을 제시했다.
약점은 없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리그의 명장들. 하지만, 항상 논란이 따라다녔다. 김성근 감독은 꼬리표처럼 '혹사 논란'이 따라다닌다. 지난 시즌 대표적으로 '퀵 후크(Quick hook·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 강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선발 투수 구위의 예리한 관찰과 결과라는 긍정적 평가, 긴 시즌 중간계투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그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혹독한 훈련으로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계투진을 풍부하게 마련한 다음,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하지만 시즌 막판 투수진의 힘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SK 사령탑 시절과 달리 철저한 관리야구는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 경기수가 144경기로 확대됐고, 극심한 타고 투저 현상이 리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신화를 쓴 김경문 감독.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단기전은 좌절의 연속이다. 2007년부터 3년간 SK의 벽에 좌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특유의 뚝심섞인 결단이 단기전에서 '실리'를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NC로 팀을 옮긴 그는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중견수 나성범을 우익수로, 이종욱을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바꿨다. 각각 뼈아픈 실책을 범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시리즈 직전 공언했던 나성범을 5차전 9회 2사 이후 마무리 투수로 올렸다. 팬 서비스 차원의 일환이었지만, 뒷문이 약했던 두산은 6-4로 앞선 9회말 NC의 1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공격에 잔뜩 대비하고 있던 상태였다.
올 시즌 NC와 한화는 전력을 대폭 보강했다. 2000년대 말 숱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령탑의 '라이벌전'이 재현될 기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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