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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백지 위임이었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33)은 이번에도 협상 테이블에서 별 말이 없었다. "알아서 주세요." 한 마디가 전부였다. 결과는 4억원. 그는 일찌감치 연봉 계약을 마치고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생애 첫 마무리 임무를 맡은 그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41경기에서 3승1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은 2.89였다. 몸쪽 직구가 주무기였다. 또 같은 곳에 슬라이더를 꽂아 넣었다. 두산 전력분석팀은 "팀 내에서 몸쪽 승부를 가장 잘 하는 투수다. 슬라이더는 커터와 비슷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이 같은 활약에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했다. 내년이면 FA 자격을 얻어 프리미엄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백지 위임. 구단은 지난해 1억5500만원에서 158%오른 4억원을 안겼다. 팀 내 최고 인상률이었다.
그는 두산 첫 시즌이었던 2010년 46경기에 등판해 3승6패4홀드 4.75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50경기에서 3승5패6홀드 4.82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당시 구단은 최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하고 금민철에 현금을 얹어주는 조건에 이현승을 영입했지만, 부상 여파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현승도 "내가 두산와서 보여준 건 하나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마침내 이름값을 했다. 2010년부터 줄곧 1억원 대를 유지하던 연봉도 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이현승이 마무리로 정착하면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했고, 구단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그는 자신이 붙박이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야구란 게 그렇다. 올 시즌 내가 못하면 금방 다른 선수가 마무리를 맡는다. '이현승 자리'란 게 존재할 수 없다"면서 "프리미어12 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이 던진 것도 사실이지만, 비시즌 동안 푹 쉬면서 몸 관리를 했다. (정)재훈이 형과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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