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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묻고 기자가 답한다. 담당기자가 나머지 9개 구단 담당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는다. Q&A 형식. 이번이 9번째 팀으로 지난 3년간 명문의 색깔을 잃어버린 SK 와이번스다.
Q. 이재원이 처음으로 풀타임 포수를 본다. 걱정되는 부분은?
A. 지난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았다. 5~6월에는 어깨 통증으로 한 달 가까이 쉬었고, 8월에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열흘 동안 결장했다. 9월 8일 인천 롯데전 이후에는 발목 부상이 악화돼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81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으니 출전률은 56% 수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부상까지 컨트롤하기는 힘들다. 결국 얼마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놓고 시즌을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다.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와 부상 방지 노력,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부분은 최 정 스스로도 강조하는 사항이다.
Q. 새 외국인 타자 고메즈는 어느 정도 수준과 스타일로 봐야 하나. 나바로급인가.
A. 나바로와 마찬가지로 고메즈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클레이튼 커쇼로부터 홈런을 뽑아내면서 팬들의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다. 중장거리 유형의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로 보면 된다. 그러나 나바로와 같은 폭발적인 장타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SK는 고메즈가 부상없이 2번 또는 6,7번 자리에서 타율 2할8푼에 15~20홈런 정도만 쳐주면 만족이라고 보고 있다. 2루수와 유격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SK는 수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K가 정근우가 떠난 뒤부터 외국인 내야수를 데려오려고 한 이유는 수비 안정을 원했기 때문이다.
Q. 무한 경쟁, 지옥 훈련을 예고한 김용희 감독의 야구 철학이 1년 만에 송두리째 바뀌는 것인가.
A. 어느 팀이든 전지훈련은 경쟁의 장이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을 떠나던 날 "시즌 때는 다른 구단과 경쟁한다면, 캠프에서는 선수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1차 캠프부터 무한 경쟁이다. 고참과 신인 구분없이 큰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더구나 SK는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큰 팀이다. 백업층을 두텁게 하려면 무한 경쟁을 선언적 모토로 삼아야 한다. 무한 경쟁이 효과적인 결실을 맺으려면 훈련량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의 무한 경쟁, 지옥 훈련 예고는 이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김 감독의 자율 야구와 시스템 야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과 시스템은 본대회인 시즌 때 적용되는 표현이다.
Q. 이명기가 다시 1번을 맡는데, 스피드는 있지만 주루 센스는 좋지 않다는 평가다.
A. 대안이 없다. 이명기는 타격만큼은 최정상급 톱타자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평균 또는 그 이하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출루율을 대체할 선수가 SK에는 없다. 3할대 타율과 4할 안팎의 출루율을 보장하는 선수다. 그의 타격 실력을 포기하고 주루 또는 외야수비가 좋은 선수를 1번타자로 대신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지훈련서 이명기는 또다시 도전에 나서야 한다. 특히 수비는 그가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하기 위한 우선 과제다. 또 주루 실력도 더 높여야 한다. 주자로 나갔을 때 간혹 집중력을 잃는 것은 결국 훈련의 반복과 정신적인 각성으로 극복해야 한다. 다만 올해도 폭발적인 도루는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2013년 발목 부상을 당한 뒤 도루 시도시 스타트에 애를 먹고 있다. 도루는 발목 상태에 따라 신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Q. 정영일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A. 제2의 야구인생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부상 때문에 꿈을 접고 2011년 국내로 돌아온 정영일은 상무에서 군복무까지 마쳐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군서 최고 152㎞의 구속을 자랑했고, 제구력도 한층 좋아졌다는 것이 SK 스태프의 평가다. 이번 시즌 불펜서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영일에게는 1군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전지훈련서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김용희 감독의 스타일상 당장 주요 보직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구위에 대한 신뢰를 받는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를 포인트로 삼는게 옳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검증 기간을 우선 거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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