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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말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선택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삼성그룹의 결정에 따라 운영 주체가 마케팅 전문기업인 제일기획으로 이관됐다. 또 2016시즌부터 새 홈구장(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으로 이전한다.
제일기획의 울타리로 옮긴 삼성 야구는 좋은 성적 이상으로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우승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구단의 가치를 이제 우승에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돈을 쓰기만 했던 삼성 구단을 돈을 벌 수 있는 스포츠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 멤버인 삼성 라이온즈는 해태 타이거즈가 리그를 주름잡았을 당시에는 우승에 배고팠다. 그렇지만 2010년대 초반,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면서 우승 한풀이를 제대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야구는 우승과 타이틀 유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2000년대에는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심정수 박진만 같은 FA 대어 영입에 큰 돈을 썼다. 그런 투자의 효과는 2005년과 2006년 통합 2연패로 이어졌다. 2010년대에는 1위의 자리를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 타 구단에선 삼성의 1년 예산이 500억원(추정)까지 육박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새로 계약하는 데 총 230만달러(구단 발표 기준)를 투자했다. 과거 삼성 구단이 A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서 투자했던 금액에 비해 씀씀이를 줄였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 당장 이전 같은 지원을 중단하고 삼성 구단에 돈을 벌라고 주문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한국형 스포츠 구단 운영 모델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O리그 관계자들은 삼성 구단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 야구 보다 먼저 이런 길을 길었던 축구단 수원 삼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삼성 라이온즈의 예산은 군살빼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비를 줄여나갈 것이다. 대신 새 구장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를 노릴 것이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총 2만9000명 수용)는 옛 홈구장(대구시민구장, 1만명) 보다 마케팅 관점에서 훨씬 쓸모가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 구단의 경기력이 2016시즌에 급추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많은 변화에도 기본 전력이 뿌리째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야구인들은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갔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새 삼성 라이온즈가 추구하는 돈을 벌겠다는 목표는 현재 한국 스포츠 시장의 구조적 한계 등 여러 장애물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프로야구단의 존재 가치를 보이는 돈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삼성 선수들이 이런 구단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잘 적응할 지 여부도 팀 성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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