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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재취득 실패, 명예회복 노리는 2012년 '빅3'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2-31 06:53


2011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정대현(왼쪽부터) 이승호 정재훈. 이들은 부상 없이 지난 4년을 보냈다면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었지만 나란히 실패했다. 스포츠조선 DB.

2011년 겨울이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꽃인 'FA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당장 당시로는 역대 최다 인원인 17명이 시장에 나왔다. 무려 28명이 자격을 얻었고 그 중 절반 가까이가 FA 신청을 했다. 대표적인 선수는 이대호, 이택근, 김동주.

투수 쪽에서도 군침 흘릴 만한 자원이 많았다. SK의 막강 불펜을 이끈 정대현과 이승호, 홀드왕 출신의 정재훈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이른바 'FA 투수 빅3'. 원소속구단은 물론 타구단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이 쏟아졌다.

결국 정대현은 4년 3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승호도 4년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4억원)에 부산행 KTX를 탔다. 정재훈은 원소속팀인 두산과의 첫 만남부터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받으며 4년 28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들 3명 중 4년 내내 빼어난 활약을 한 이는 없다. 프리미어 12에서 한국 대표팀의 극적인 우승을 이끈 정대현은 잦은 부상으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롯데에서 첫 시즌인 2012년 0.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출전 경기수가 24게임, 이닝은 28⅓이닝 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역시 7월 말에야 1군에 올라와 19경기에서 2승1패3홀드 3세이브 2.95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이승호와 정재훈은 FA 계약 후 팀을 옮겨야 했다. SK 선수로는 유일하게 신인왕(2000년)을 받은 이승호는 2012년 신생팀 NC가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창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당시 NC는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왼손 투수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4년 간 그는 잊혀진 선수였다. 롯데와 NC에서 54경기에 등판한 것이 전부이고, 이 기간 2승4패1홀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다만 최근에는 NC에서 방출돼 친정팀 SK로 돌아가면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운동에 전념하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정재훈은 FA 첫 해 팔꿈치 재활에 집중하느라 4경기에만 등판했다. 그러다 2013년과 2014년에는 통증이 사라지며 불펜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한데, 지난해 말 두산이 FA 장원준을 영입하면서 반대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다소 예상치 못한 지명이었다. 이후 올 시즌 10경기에서 7.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직구가 145㎞까지 찍혔지만 1군 등판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들쭉날?한 등판 탓에 FA 재취득에도 실패했다. 야구규약 제164조에 따르면 4정규시즌을 활동한 경우 FA 자격을 재취득하지만, 셋 모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은 올 겨울 다시 구단 관계자와 연봉 협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정대현은 이미 기존 5억원에서 36% 삭감된 3억2000만원에 계약했고 이승호와 정재훈은 아직 구단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이래저래 협상테이블에서 큰 소리 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

이 때문에 내년 시즌은 '2012년 FA 투수 빅3'에게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대현은 부상만 없다면 2016시즌 뒤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개인적으로 프리미어12 때 보여준 구위를 정규시즌 때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이승호와 정재훈도 친정팀에서의 명예회복이 간절하다. 둘 모두 "FA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다"는 고백과 함께 "야구를 시작한 곳에서 다시 한 번 내 공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요즘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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