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리그 임경완 "아직도 140km까지 찍힌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2-21 04:40 | 최종수정 2015-12-21 04:46


호주리그 시드니 블루삭스의 임경완이 멜버른과의 경기에 등판한 모습. 호주리그도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제공=임경완

"여기도 벤치클리어링도 합니다."

한국의 야구는 모두 끝나고 쉬는 기간이지만 임경완(40)의 새로운 야구인생은 호주에서 계속 되고 있다. 지난 7월말 한화에서 방출됐던 임경완은 현역으로 계속 뛰길 희망해 호주로 날아갔다. 추운 겨울인 한국과 반대로 여름인 호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드니 블루삭스의 유니폼을 입은 임경완은 지난 10월말 호주로 떠나 10월 30일 첫 등판을 했다. 이제껏 총 10경기에 등판해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12.00을 기록중이다.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임경완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야구를 하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임경완과 20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호주리그는 어떤가.

일주일에 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4경기 모두 한팀과의 경기다. 어떤 때는 3일에 4경기를 해야하는 경우에 더블헤더가 들어가고, 우천으로 취소되면 바로 다음날 더블헤더가 진행된다. 원정이동은 차로 3시간 걸리는 캔버라만 버스로 이동하고 대부분 비행기로 한다. 야구는 똑같은 것 같다. 여기도 벤치 클리어링을 한다.(웃음)

-전체적인 호주리그의 전력을 평가한다면.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한국처럼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배우질 않아서인지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있어서 수비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2군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40㎞ 후반을 던지는 투수도 몇몇 있다.

-개인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몇 달간 경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자마자 공을 던지다보니 초반엔 좀 안좋았다. 지금은 좋아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의 리그라 노장인 나에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근엔 직구 구속이 87마일(약 140㎞)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도 전력분석원이 있는데 싱커와 커브도 떨어지는 각이 좋다고 하더라. 정타가 되는 경우가 드문데 선수들이 힘이 좋아서 그런지 빗맞힌 타구가 안타가 되기도 하고, 수비 기본기가 안갖춰진 선수들의 실책도 많은데 안타로 기록되다보니 평균자책점 떨어뜨리기가 참 어렵다.(웃음) 그리고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도 조금 들쭉날쭉하다. 분명히 스트라이크를 4개 연속 던졌는데 다 볼로 판정하더라. 한국 심판들이 잘본다는 것을 느꼈다.

-생활은 어떤가.

생활은 불편함이 없다. 현지에 계약된 에이전트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 원정에서는 호주식을 먹지만 홈에서는 한식을 잘 먹고 있다. 언어적인 면도 크게 어렵지 않다. 원정 때는 통역이 없지만 그래도 야구 얘기는 잘 알아듣는다. 1월 중순쯤에는 가족들이 올 예정이라 같이 거주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 야구에 대해 아는 선수들이 있는가.

나에게 잘해주는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다. 구대성 형이 여기서 뛰어서인지 한국에 대해 물어보는 선수들도 많다.


임경완과 이혜천이 호주리그에서 만났다. 사진제공=임경완
-이혜천(아들레이드 바이트)과 경기장에서 만나게 됐는데.

이달 초에 그 팀과 경기가 있어서 경기전에 만나고 식사도 했었다. 가끔이라도 경기장에서 만나 얘기할 상대가 생겨 기분이 좋다. 올해 kt에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도 1월부터 우리팀에서 뛴다고 들었다. 함께 훈련을 했는데 옥스프링이 나에게 모자를 벗고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는 것을 젊은 선수들이 보고 놀라더라. 한국식 인사가 낯선 장면이었나보다.

-로스터를 보면 가장 나이가 많은데.

내가 한국 프로리그에서 18년을 뛰었다고 하니 젊은 선수들이 놀라더라. 내가 던진 다음날엔 꼭 팔 괜찮냐고 물어본다.(웃음) 투수코치가 예전 추신수를 시애틀로 스카우트했던 짐 콜본인데 그와 야구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가끔은 젊은 투수의 피칭을 함께 보고 장단점을 말하기도 한다. 선수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있는만큼 코치가 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원을 하는 리그라 미국 스타일로 가르친다. 나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콜본 코치와 어떤 얘기를 많이 나누나.

멘탈적인 면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젊고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잘던지다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고, 안타 몇개 맞다보면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콜본 코치는 그런 어린 선수들에게 멘탈적인 조언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2군도 젊은 선수들이 그런 상황을 많이 겪고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를 가르치기도 하나.

여기에도 사이드암투수가 있어서 내가 자세를 봐주기도 한다. 브랜든 지위키는 내가 폼을 봐줘서인지 많이 좋아졌다.(웃음) 콜본 코치가 가끔 나를 보고 투수들 스트레칭을 가르쳐라고 말하고, 나중에 불펜 코치를 하라고도 하는데 아직 영어가 잘 안돼서….(웃음)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호주가 비록 한국에 비해 야구 인기가 낮고 수준도 떨어지지만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있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많이 배워서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하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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