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MLB행, 준비는 1년전부터 시작됐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17 12:41


김현수는 프리미어 12에서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행은 준비되고 있었다. 결승전 타격 장면.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21.

결국 메이저리그를 향했다.

FA 최대어 김현수의 최종 목적지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현지에서 김현수의 거취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매체는 볼티모어 지역 최대지 볼티모어 선지다. 댄 코넬리 기자는 '볼티모어가 김현수에게 오퍼를 했다'고 16일(이하 한국시각) 보도했다. 하루 뒤 그는 '볼티모어가 제시한 2년 700만달러(약 83억원)의 조건에 김현수가 받아들였다'고 업데이트했다. 김현수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극비 출국했다.

대부분의 미국 현지 매체는 '김현수가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계약 성사 직전 단계다. 돌발변수만 없다면 김현수의 볼티모어행은 확정적이다.

김현수는 왜 신중했나

그동안 김현수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FA 거취를 놓고 김현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정했다. "조건만 맞는다면 어떤 리그든 뛸 수 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운 말이지만, 수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일단 메이저리그행을 타진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변수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건이었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담한 리코 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이저리그행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적절한 연봉과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팀"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타자지만, 냉정하게 말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입증된 부분이 없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어떤 팀이 어떤 조건을 내세울 지 알 수 없었다.

김현수는 강정호 박병호와 달리 포스트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를 영입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포스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순수한 연봉만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즉, FA로서 김현수는 매우 매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헐값에 테스트용으로 조건을 제시한다면 김현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연봉이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출전 기회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현수는 그동안 매우 신중했다. 더군다나 국내팀에 잔류할 경우 적어도 4년 100억원은 확보된 상태였다. 원소속구단인 두산은 이미 "최 정(4년 86억원)보다 당연히 많이 줄 것"이라고 했다. 함께 FA 자격을 얻은 박석민의 경우 NC에 4년 최대 96억원으로 이적했다. 현 시점에서 김현수의 가치는 박석민보다 높다. 즉, 헐값의 메이저리그 행보다는 국내에 남는 게 더욱 좋을 수도 있었다.

김현수 역시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매체에서는 트레이드 루머를 보도하면서 '김현수가 국내 여러 팀으로부터 매우 높은 연봉의 제안을 받았다. 국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준비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9시즌을 뛰면서 통산 3할1푼8리, 771타점, 14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볼넷은 597개, 삼진은 501개를 당했다.

특히 2015년에는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을 터뜨리며 주가를 높였다. 게다가 프리미어 12에 참가, 대표팀 부동의 3번 타자로서 맹타를 터뜨렷다. MVP는 보너스였다.

당연히 김현수의 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FA를 얻은 김현수가 프리미어 12에서 맹타를 터뜨리면서, 메이저리그 팀의 관심이 증폭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는 1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해외협상권을 이예랑 리코 스포츠 대표에 일임했다. 이 대표는 메이저리그 윈터리그에 참가, 구단들과 협상에 돌입했다.

그는 "프리미어 12에서 MVP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팀이) 좀 더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1년 전부터 김현수에 대해 관심을 가진 팀이 있었고, 계속 (해외진출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구단은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알려졌다.

김현수는 컨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겸비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게다가 타석에서 선구안이 좋고, 좌익수와 1루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여기에 완전한 FA다.

결국 김현수를 잡기 위해 3팀이 관심을 가졌다. 볼티모어가 일단 구체적인 오퍼를 제시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대호를 놓친 소프트뱅크에서 중심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김현수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문제는 조건이었다. 김현수의 행보에 대해 보도한 댄 코넬리 기자의 최초 보도에 의하면 '2년 300만~400만달러 수준의 오퍼'였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이 금액은 2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2년 700만달러(83억원)'로 알려졌다.

박병호가 받는 4년 1200만달러(약 141억원)보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게다가 2년 계약 역시 매력적이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실력이 입증되면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여의치 않아도 한국으로 유턴하면 된다. 결국 신중했지만, 꾸준했던 김현수의 빅리그 도전은 결실을 맺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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