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제2구장 경기, 꼭 해야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2-16 12:03


지방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구단들이 한 시즌에 몇 차례씩 난감해질 때가 있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 오는 상대팀도 고민에 빠진다. 홈팀과 원정팀이 똑같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 그런 때는 바로 지방 연고지 인근 도시에 있는 '제2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다.


2015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가 24일 부산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3루 롯데 강민호가 우중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김응국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두산 선발투수로 시즌성적 3승 1패 방어율 4.23의 이현호를 내세웠다. 롯데에서는 13승 9패 방어율 3.39의 린드블럼이 선발 등판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24/
명목은 '프로야구 저변 확대'와 '지방 야구 인프라확충'으로 꽤 그럴 싸 하다. 2015시즌에도 한화 이글스의 제2 홈구장이라고 하는 청주구장과 삼성 라이온즈의 포항구장,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울산구장에서 몇 차례씩 경기가 열렸다. 분명 청주와 포항, 그리고 울산에 있는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구단들은 난감해진다. 열악한 구장 시설과 숙소 환경 때문에 홈팀이라도 마치 원정을 치르는 것처럼 피로도가 크다. 하물며 원정팀의 경우에는 이런 고충이 더 크다. 제2구장에서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제2구장' 경기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야구계 현장의 의견이 적지 않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늘어나다보니 지방 자치단체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제2구장 경기 유치를 원한다. 그런 성원 자체에는 고맙지만, 문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오라'고만 할 때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충분한 준비'에는 야구장 시설이나 선수단 숙소 상황을 뜻한다. 프로야구 선수단이 대규모로 들어갈 수 있는 숙소가 부족한 도시에서 제2홈경기가 열리게 되면 홈팀이든 원정팀이든 구단 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까지 숙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야구장 환경도 문제다. 울산이나 포항 등은 그나마 규모가 작긴 해도 신축구장이라 조금 낫긴 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다. 이 야구장들도 선수들의 부상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인조잔디 구장인데다 라커룸 시설, 덕아웃 방향 등에서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 그나마 새로 지었다는 면이 부족함을 상쇄한다.

그러나 청주구장의 경우는 문제가 매우 크다. 이 야구장은 지난 1979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무려 36년이나 된 노후구장이다. 중간에 청주시가 몇 차례 개·보수 작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기엔 부족하다. 여기를 홈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치르는 한화 이글스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난감한 문제다. 원정팀도 마찬가지다. 협소한 구장 시설과 부족한 숙박 시설 때문에 청주에 오는 것을 꺼리는 구단이 많다. 수도권 B구단 관계자는 "청주 뿐만 아니라 지방 제2구장 경기를 할 때마다 힘들어진다. KBO스케줄에 제2구장 경기가 편성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제2구장 경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케이블 TV와 모바일 중계로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야구 시청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매년 관중 동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인프라 확충'이나 '저변 확대'같은 슬로건만으로 지방 제2구장 경기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라면 제2구장 경기는 치러선 안된다. 만약 지자체가 제2구장 경기를 진짜 원한다면 실질적인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와 관중이 모두 쾌적하게 경기를 치르고 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는 게 먼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