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구단들이 한 시즌에 몇 차례씩 난감해질 때가 있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 오는 상대팀도 고민에 빠진다. 홈팀과 원정팀이 똑같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 그런 때는 바로 지방 연고지 인근 도시에 있는 '제2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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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제2구장' 경기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야구계 현장의 의견이 적지 않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늘어나다보니 지방 자치단체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제2구장 경기 유치를 원한다. 그런 성원 자체에는 고맙지만, 문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오라'고만 할 때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충분한 준비'에는 야구장 시설이나 선수단 숙소 상황을 뜻한다. 프로야구 선수단이 대규모로 들어갈 수 있는 숙소가 부족한 도시에서 제2홈경기가 열리게 되면 홈팀이든 원정팀이든 구단 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까지 숙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야구장 환경도 문제다. 울산이나 포항 등은 그나마 규모가 작긴 해도 신축구장이라 조금 낫긴 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다. 이 야구장들도 선수들의 부상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인조잔디 구장인데다 라커룸 시설, 덕아웃 방향 등에서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 그나마 새로 지었다는 면이 부족함을 상쇄한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제2구장 경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케이블 TV와 모바일 중계로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야구 시청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매년 관중 동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인프라 확충'이나 '저변 확대'같은 슬로건만으로 지방 제2구장 경기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라면 제2구장 경기는 치러선 안된다. 만약 지자체가 제2구장 경기를 진짜 원한다면 실질적인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와 관중이 모두 쾌적하게 경기를 치르고 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는 게 먼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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