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적은 연봉. 박병호 KBO리그에 있었다면

미네소타 트윈스와 연봉 협상을 마친 박병호. 사진제공=미네소타

보장 금액 1200만 달러(약 139억원). 최대 1800만 달러(약 208억원). 박병호가 예상보다 적은 액수에 도장을 찍었다.

미네소타 구단은 2일 박병호와 "4년 1200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고 5년째는 구단이 옵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미국 스포츠전문체널 ESPN 등도 일제히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MLB.com에 따르면 계약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연봉이 275만 달러 씩, 2018년과 2019년에는 300만 달러다. 이후 미네소타가 5년째 구단 옵션을 행사하면 박병호는 2020년 650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는다. 반면 5년째 계약하지 않으면 구단은 바이아웃(계약포기 위약금) 금액으로 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즉,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보장된 연봉이 1150만 달러다. 여기에 2020년 미네소타에 뛰지 않는다고 해도 바이아웃 조항에 따라 50만 달러를 수령해 정확히 1200만 달러를 채운다. 아니면 2020년에도 미네소타에 남아 4년 간의 연봉 1150만 달러에다가 5년째 6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아 총 1800만 달러를 손에 거머쥔다. 최소 1200만 달러, 최대 1800만 달러짜리 계약서인 것이다.

이는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정호는 4년간 보장 금액이 1100만달러다. 옵션을 포함하면 5년 간 1625만 달러다. 당시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잡기 위해 써낸 포스팅 비용은 500만 달러.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독점 교섭권을 따내기 위해 1285만 달러의 높은 포스팅 비용을 적어냈지만, 기대만큼의 연봉 제시는 없었다. 보장금액이 강정호보다 100만 달러 더 많을 뿐이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도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폭스스포츠의 켄 로젠탈 기자는 "박병호의 계약은 포스팅 시스템의 불공평을 강화한다. 포스팅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축복이겠지만 빅리그로 진출하고 싶은 선수들에게는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다"며 "앞으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해도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병호가 온전한 FA가 되기 위해선 2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31살이다"며 "(해외진출을 하기엔) 이상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미네소타가 가진 스몰 마켓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일단 포스팅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베팅한 만큼, 선수에게 줄 연봉은 필연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류현진을 잡은 LA 다저스, 추신수를 품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두둑한 연봉을 안길 정도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에이전트가 좀 더 공격적인 협상으로 더 큰 금액을 끌어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미네소타에서 1200만 달러를 보장 받은 박병호가 국내에 남아있다면 얼마를 받게 될까. 최근 FA 시장에서는 박석민이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96억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불펜 투수 정우람도 84억원으로 한화행을 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만약 박병호가 2년 뒤 시장에 나온다면 미네소타에서보다 돈은 더 벌 것이다. 기본적으로 4년 100억원 이상의 계약이 무난하고, 12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엄청난 액수를 제시하는 팀들이 줄을 설 게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박병호 입장에서는 '돈'만 염두한다면 KBO리그에 잔류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이번 연봉 계약은 '도전'에 방점이 찍힌다. 박병호는 꿈을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액수에도 과감히 도장을 찍었다.

함태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