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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좋으니 이젠 다 좋아보이게 된다.
일본전 패배에 대한 비난보다는 오타니 공은 치기 힘들다는 현실론이 더 많았다. 이것이 오히려 한국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대만에 온 선수들은 일본과 다시 맞붙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면서 일본전을 기다렸다. 일본전의 완패가 오히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계기가 됐다.
15일 미국전에서 나온 희대의 오심도 이젠 웃어 넘길 수 있게 됐다. 일본전 패배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를 차례로 누른 한국은 15일 미국과 B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2-2 동점으로 연장 승부치기까지 간 접전. 좋은 경기가 오심 하나로 얼룩졌다. 연장 10회초 2사 1루서 1루주자 프레이저의 2루 도루를 포수 강민호의 멋진 송구로 잡아냈다. 프레이저의 발은 2루가 아닌 공을 잡은 2루수 정근우의 글러브를 밟았다. 그런데 왕천홍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였다면 곧바로 네모를 그리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을 테지만 이번대회는 비디오판독이 없었다. 심판이 판정을 내리면 끝이었다. 이후 아이브너의 적시타로 한국은 1점을 뺏겼고, 10회말 공격에서 무득점으로 끝나며 그 오심이 결승점을 내준 꼴이 됐다. 미국전을 이겼다면 조 2위가 돼 네덜란드와 4강전을 치르고, 멕시코-캐나다전 승자와 준결승을 치르는 일정이 됐을텐데 패하면서 조 3위가 돼 일본과 4강에서 맞붙게 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미국전 패배가 더욱 극적인 우승을 만들어줬다. 말도 안되는 주최국의 횡포에 한국 선수들은 오기로 똘똘 뭉쳤고, 19일 4강전서 다시한번 오타니에게 꼼짝없이 당했지만 9회초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내 역대 최고의 일본전의 드라마를 썼다. 이 기세는 결승전에도 이어져 미국을 8대0으로 꺾었다. 예선전에서 패한 일본과 미국을 4강과 결승에서 꺾으며 멋진 복수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것.
안타깝고 아쉬웠던 순간들을 이젠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승을 했으니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우승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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