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김인식 야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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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김 감독의 위대한 능력에 가장 감탄한 건 역시 가장 오랜 시간 '맞수'이자 '친구'로 세월을 함께 지낸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를 본 소감에 관해 "다시 한번 '김인식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탄을 이어갔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화 마무리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은 이날 한일전을 티비로 지켜봤다. 훈련 때문에 경기 초·중반은 보지 못하다가 0-3으로 뒤지던 8회 정우람이 공을 던지던 시점부터 경기를 살펴봤다고 한다. 사실상 경기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부터 본 셈이다.
물론 대역전극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건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 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정우람이 정말 잘 던졌다. 승리의 보이지 않는 공신이었다. 또 오재원도 불리한 상황에서 변화구를 레프트 쪽으로 기막히게 밀어쳤다. 특히 이대호가 초구를 참아낸 게 결정적인 장면이다. 궤도나 스피드에서 아주 이상적으로 던진 포크볼이었는데, 거기에 안 넘어갔기 때문에 일본이 당황했다. 그 순간 승기가 (한국쪽으로) 왔다"고 세세하게 선수들의 활약을 평가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을 만들어낸 건 결국 '김인식 감독의 힘'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은 "역시 경험과 관록의 무게감에서 차이가 났다. 고쿠보 감독이 오타니를 투구수 85개에서 바꾼 건 이런 순간에 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반면 한국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김인식 감독이 초반 실점 이후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기회를 만들지 않았나. 선수들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판'을 만들어냈는데, 그렇게 참고 버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불리한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참아내면서 마지막 한 순간의 승부처를 노리는 것. 그게 바로 '김인식의 야구'다. 프로 감독으로 서로 맞대결을 할 때도 김인식 감독과 싸우면 늘 경기 막판까지 재미있었다. 언제 승부처에서 치고올 지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힘을 다시 한번 봤다. 정말 대단하고, 다시 함께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것들이 바로 경험과 관록의 무게감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역전승을 지켜본 뒤 김인식 감독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우승을 기원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인식 감독이 힘든 역할을 맡아 정말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승전까지 잘 하길 바란다"며 오랜 지기의 승승장구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김성근 감독의 바람과 기원은 온 국민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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