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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 생각 나네요."
당시 경기 전 이승엽은 김 감독에게 "홈런을 치면 2만엔을 주세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선수인데, 그렇게 얘기해서 '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결국 이승엽은 8회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렸고,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 감독은 "그 장면을 보던 당시 마무리 박찬호가 '수훈선수 상금이면 저를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해서 웃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당시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연봉 2억엔 정도를 받고 있었고,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에서 600만달러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난다"며 "내 연봉은 당시 한화 감독으로서 2억원 정도였다"고 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저연봉'인 감독에게 상금을 뺏어간다는 뉘앙스. 물론 농담조였다.
경기 전 김 감독과 환담을 나누던 이승엽은 해설위원으로 한국의 대역전승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9회초 믿기지 않은 역전이 일어났다. 결국 0-3으로 뒤지던 한국은 4대3으로 승리,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엽은 "옛날 생각이 난다"고 웃었다. 2006년 WBC 때 결승 투런홈런을 치던 때가 떠올랐나 보다.
그는 일본 진출을 했다. 일본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중심타선에서 맹활약했다. 그때의 기억은 일본 팬에게 강렬하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일본 팬은 믿기지 않은 역전패에 사실상 '멘붕 상태'가 됐다.
하지만 이승엽의 인지도는 여전했다. 그가 지나가자, 일부 야구팬은 "승짱"을 연호하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도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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