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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아마추어' 대회 운영, 왜 한국이 가장 피해를 볼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11-16 13:16


야구대표팀이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멕시코와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조별예선 4차전 경기를 펼쳤다.
2승 1패를 기록 중인 대표팀은 멕시코전을 승리할 경우, 마지막 미국전에 상관없이 8강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14

한국 대표팀이 참가 중인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를 두고 운영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대회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가 만든 첫 대회이고 일본과 대만이 공동 개최했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8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고, 세계 야구 12강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15일 현재 조별예선 B조에서 3승2패, 3위로 8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직접적인 손해를 보게 됐다. 8강전 장소가 하루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변경됐다.

당초 한국은 16일 오후 7시30분(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쿠바(A조 2위)와 8강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티엔무구장은 한국이 조별예선 4~5차전을 치른 곳이다.

그런데 티엔무구장 전광판을 조정하는 관제실에서 문제가 생겼다. 15일 조별예선 한국-미국전마친 무렵 관제실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있었다고 대회 조직위가 한국 선수단에 알려왔다. 소방차가 출동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다. 큰 불상사는 없었다. 그런데 16일 예정된 8강전 진행이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대표팀에 돌아갔다. 한국-쿠바전 장소를 변경해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오후 7시30분에 열기로 했다. 선수단 숙소 호텔이 있는 타이베이시에서 타이중시까지는 버스로 최대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다.

한국 선수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큰 불편을 겪게 됐다. 낯선 구장과 이동거리까지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A조의 쿠바는 타이중에서 조별예선을 치렀다. 이미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조별예선 세 경기를 해봤다.


TV방송화면 캡쳐. 태그하는 글러브위에 상대 주자의 발이 얹혀져있다. 베이스엔 닿지도 않았다.
이번 대회 조직위는 8강전 장소와 시각을 미리 확정하지 못했다. 15일 조별예선 A~B조의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구장과 경기 시간을 공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조직위에 문의를 했지만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수 차례 들었다고 한다.


개최국 대만의 조별예선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8강팀과 최종 순위를 끝까지 알 수가 없었다. 대회 주최측은 개최국의 성적과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대항전을 하다보면 개최국 프리미엄은 약간씩 있다. 또 일본은 사실상 이번 대회의 '돈줄'이다. 후원 업체의 절대 다수가 일본 기업들이다. 그런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5전 전승으로 B조 1위인 일본은 타이베이시에서 조별예선(개막전은 삿포로)과 8강전을 전부 치른다.

대표팀 선수들은 조별예선을 치른 티엔무구장의 열악한 시설에 혀를 찼다. 한 선수는 "이런 프로 경기가 열리지 않는 곳에서 국제대회 경기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조명이 너무 어둡다. 우리 프로팀이 전지훈련 가서 수비훈련하는 곳 정도이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차전이 벌어진 타오위안구장에선 대표 선수들이 구장 복도에서 몸을 풀기도 했다. 앞 경기(미국-베네수엘라전)가 우천으로 중단됐다가 열렸고 그로인해 경기 준비를 위해 구장에 도착한 한국 선수들이 대기할 라커룸이 없었기 때문이다.

15일 미국전(2대3 패)에선 승패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오심 판정까지 나왔다.

야구팬들은 "이런 수준의 대회에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차출해서 출전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를 낸다. 12강이 전부 출전한 대회에 한국이 불참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하지만 이번 처럼 이유를 막론하고 대표팀이 손해를 보는 건 막아야 한다.

한국이 세계야구에서 좀더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과 대만 이상으로 WBSC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일본은 미국에 맞먹는 야구 실력과 많은 후원 기업을 갖고 있다. 대만은 정부에서 야구를 전폭적으로 후원한다. 기후조건도 한국 보다 따뜻하다. 한국은 최근에야 돔(고척스카이돔)구장 하나가 생겼다. WBSC에선 한국이 좀더 주도적으로 국제대회 유치를 해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고 흥행과 후원을 담보할 수 없다. 이게 좀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국 야구의 실상이다.


타이베이(대만)=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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