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프리미어12, 오심심판 징계가 꼭 필요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1-16 09:54


대만 출신의 왕청헝 심판. 한국 야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이자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가 명망있는 국제 대회의 권위를 쌓고자 한다면 영구적으로 퇴출해야 할 이름이다.


◇TV 중계 방송화면 캡쳐. 태그하는 글러브위에 상대 주자의 발이 얹혀져있다. 베이스엔 닿지도 않았다.
졸속과 수준 미달이 난무하는 이 허술한 대회가 그나마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즉각적인 조치가 바로 왕 심판의 배제다. 그가 저지른 악의적인 오심을 대회 본부가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왕 심판을 향후 8강 이후 경기에서 모두 빼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그 오심으로 인해 한국이 미국에 졌기 때문에 화풀이하는 게 아니다. 대회의 신뢰도에 직접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왕 심판은 지난 15일 밤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루심을 맡았다. 그가 이날 국제경기의 2루심을 맡게 되기까지 어떠한 경력을 쌓아왔는 지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정식 국제심판 자격이 있는 건 확실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대회 심판진으로 합류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왕 심판은 이날 최악의 오심을 저질렀다. 연장전 승부치기 10회초 2사 1루에서 미국 1루 주자 프레이저의 2루 도루 시도를 한국 수비진이 완벽하게 잡아냈다. 포수 강민호의 총알같은 송구를 2루수 정근우가 정확히 잡아 그대로 2루 베이스를 덮어버렸다. 슬라이딩을 하던 프레이저의 스파이크는 베이스가 아닌 정근우의 글러브를 찍었다. 왕 심판은 이 플레이를 정면 각도에서 보고 있었다. 글러브와 스파이크의 접촉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였다. 이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심판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또 제대로 보고나서도 그런 콜을 했다면 그 또한 '공정성' 측면에서 자격 미달이다. 어쨌든 왕 심판은 어처구니없게도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오심은 한국의 패배로 이어졌다. 사실 한국은 이미 8강 본선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여기서 진다고 대회를 끝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왕 심판의 오심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항의를 자제하고, 경기 후에도 다소 부드러운 어조로 오심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자칫 강하게 어필했다가 향후 훨씬 중요한 8강 이후 경기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왕 심판의 오심이 무마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전세계 야구팬들에게 대회 수준이 이 정도로 함량 미달이라는 것을 드러낸 꼴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1회를 시작한 프리미어12가 향후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니려면 초기에 나온 오류나 미숙한 실수는 단호히 쳐내야 한다.

대회 일정, 구장 스케줄 등 1회 대회에 드러난 수준 미달의 진행이 가장 먼저 제거돼야 할 부분이다. 이건 2회 대회때나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조치도 있다. 그게 바로 오심을 한 심판에 대해 단호히 '경기 배제'의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 그래야 대회의 권위가 생길 수 있다. 왕 심판의 잔여 경기 배정을 제외하는 건 이번 대회에 힘들게 참가한 WBSC 회원국들에 대한 예의다. 이런 예의와 배려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국이 이런 수준 미달의 대회에 더 이상 참여할 이유가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