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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5만 달러(약 147억원)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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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시절 2경기에 걸쳐 4연타석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엄청난 기대를 받고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은 SK 와이번스 소속이 된 정의윤이 2차 지면, 박병호가 2005년 드래프트 1차 지명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박병호는 10대 시절 힘이 장사였다. LG는 구단의 미래를 챔임 질 거포 두 명을 한꺼번에 지명하고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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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극적으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LG와 히어로즈는 박병호와 심수창, 김성현과 송신영을 맞바꾸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후 부담감과 두려움을 떨쳐버린 그는 잠재된 능력을 폭발했다. 2011년 13홈런,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올해도 53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는 이승엽(삼성) 이대호(소프트뱅크)도 하지 못한 4년 연속 홈런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화려한 인생 2막이다.
KBO리그에서 그저 그랬던 히어로즈도 박병호가 무게 중심을 잡자 강 팀으로 거듭났다. 4번 타자 앞 뒤로 거포들이 포진하기 시작했고 올 시즌에는 주전 9명이 모두 10홈런 이상을 때리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의 힘이 컸다. 이런 선수와 함께 야구한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비록 원하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실패했지만, 단순히 공을 '맞히는' 야구에서 담장을 '넘기는' 화끈한 야구로 볼거리를 선사한 염 감독이다. 박병호도 한 때 영양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아치를 잇따라 그리며 빅리그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해 53개의 홈런 중 만루포가 3방이다. 3점 홈런 6방, 2점 홈런 19방, 솔로포가 25방이다. 홈, 원정 홈런 개수도 각각 28개, 25개로 균형을 이뤘다.
3막, 트윈스에서도 폭발할까.
아직 연봉 협상 과정이 남아있지만, 역시 관심은 트윈스 유니폼을 다시 입은 박병호의 모습이다. 미네소타는 올해 팀 타율이 2할4푼7리로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14위다. 팀 홈런 개수도 156개로 10위에 불과하다. KBO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에게 1285만 달러를 적어낸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일단은 첫 해부터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는 스카우트가 많다. 빅리그는 몸쪽 공에 대한 판정이 인색하기 때문에 바깥쪽 공을 밀어쳐 펜스를 넘길 줄 아는 박병호가 밥값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수도 KBO리그보다 많다. 다만 초반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선배' 강정호도 빅리그에 데뷔해서는 고전했다. 결국 생전 처음 보는 빠른 공에 눈과 몸이 적응하는 시기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1285만 달러를 써낸 트윈스의 믿음에도 부응할 수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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