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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야구 '1막'도 트윈스,'3막'도 트윈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04:50 | 최종수정 2015-11-10 05:54


LG 시절 박병호(왼쪽)과 넥센 시절 박병호. 스포츠조선 DB.

1285만 달러(약 147억원)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미네소타는 10일 새벽(한국시각) 구단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박병호와 독점교섭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도 이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인 제프 파산은 "박병호 포스팅 승자는 미네소타"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CBS스포츠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존 헤이먼도 "트윈스가 승리했다"고 밝혔다. 한 때 온라인 상에서는 FOX스포츠의 크리스 니코스키가 "피츠버그가 포스팅 싸움에서 최종 승리했다고 들었다"고 밝히며 혼선이 빚어졌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로써 미네소타는 박병호 측과 30일간 입단 협상을 벌인다. 협상이 결렬되면 미네소타는 넥센 히어로즈에 포스팅 금액을 입금할 필요가 없고, 박병호는 히어로즈에 잔류하거나 일본 무대를 노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네소타는 2009년부터 꾸준히 KBO리그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국내 선수들을 지켜봤다. 박병호를 보기 위해서는 올해에만 8차례 목동 구장을 찾았고, 구단 수뇌부가 그의 경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후 예상대로 박병호와 미네소타가 연봉 계약 조건에 합의하면, 박병호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KBO리그 출신 야수로는 두 번째로 미국 무대를 밟게 된다. 또 '트윈스' 유니폼을 다시 입고 뛰는 묘한 장면도 연출하게 된다.


1막, 피우지 못한 꽃 LG 트윈스

성남고 시절 2경기에 걸쳐 4연타석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엄청난 기대를 받고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은 SK 와이번스 소속이 된 정의윤이 2차 지면, 박병호가 2005년 드래프트 1차 지명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박병호는 10대 시절 힘이 장사였다. LG는 구단의 미래를 챔임 질 거포 두 명을 한꺼번에 지명하고 신이 났다.

하지만 스타 선수가 즐비한 최고의 인기 구단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2010년 4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빛을 볼 뻔도 했지만, 풀타임 출전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해가 없었다. 적잖은 출전 기회를 보장 받았지만 의욕만 앞서 스스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했다. 박병호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나 늘 쫓기는 기분이었다. 두려움이 굉장히 컸다. 타석에 들어갈 때마다 공을 어떻게 쳐야하나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못 치면 나를 대체할 선수가 있다는 게 두려웠다. 1, 2년차 때는 젊었기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야구를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2막, 히어로즈에서 KBO 역사를 바꾸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극적으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LG와 히어로즈는 박병호와 심수창, 김성현과 송신영을 맞바꾸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후 부담감과 두려움을 떨쳐버린 그는 잠재된 능력을 폭발했다. 2011년 13홈런,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올해도 53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는 이승엽(삼성) 이대호(소프트뱅크)도 하지 못한 4년 연속 홈런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화려한 인생 2막이다.


KBO리그에서 그저 그랬던 히어로즈도 박병호가 무게 중심을 잡자 강 팀으로 거듭났다. 4번 타자 앞 뒤로 거포들이 포진하기 시작했고 올 시즌에는 주전 9명이 모두 10홈런 이상을 때리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의 힘이 컸다. 이런 선수와 함께 야구한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비록 원하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실패했지만, 단순히 공을 '맞히는' 야구에서 담장을 '넘기는' 화끈한 야구로 볼거리를 선사한 염 감독이다. 박병호도 한 때 영양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아치를 잇따라 그리며 빅리그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해 53개의 홈런 중 만루포가 3방이다. 3점 홈런 6방, 2점 홈런 19방, 솔로포가 25방이다. 홈, 원정 홈런 개수도 각각 28개, 25개로 균형을 이뤘다.

3막, 트윈스에서도 폭발할까.

아직 연봉 협상 과정이 남아있지만, 역시 관심은 트윈스 유니폼을 다시 입은 박병호의 모습이다. 미네소타는 올해 팀 타율이 2할4푼7리로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14위다. 팀 홈런 개수도 156개로 10위에 불과하다. KBO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에게 1285만 달러를 적어낸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일단은 첫 해부터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는 스카우트가 많다. 빅리그는 몸쪽 공에 대한 판정이 인색하기 때문에 바깥쪽 공을 밀어쳐 펜스를 넘길 줄 아는 박병호가 밥값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수도 KBO리그보다 많다. 다만 초반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선배' 강정호도 빅리그에 데뷔해서는 고전했다. 결국 생전 처음 보는 빠른 공에 눈과 몸이 적응하는 시기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1285만 달러를 써낸 트윈스의 믿음에도 부응할 수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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