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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의 초점 중 하나. 과연 두산 김태형 감독의 '날카로운 입담'이 또 다시 나올까였다.
김 감독은 손사래를 치지만, 교묘한 심리전이었다. 실제 조상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많은 공을 던졌고, 두산은 극복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감독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입담은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 사령탑 못지 않았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할 사령탑은 김경문 감독이다.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베테랑 감독. 게다가 두산과의 인연, 김태형 감독과의 인연이 만만치 않았다.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은퇴한 공통점이 있는 두 사령탑이다. 같은 포수 출신이다. 타격보다는 견실한 수비가 인상적이었던 리그의 대표적인 수비형 포수라는 점도 닮았다. 선, 후배, 그리고 감독과 코치로서 오랜기간 한솥밥을 먹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은퇴할 때 자신이 쓰던 장비를 손수 건네주시던 분이다. 포수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포구를 할 때 미트로 장난치는 것을 싫어하셨다"고 했다. '포수' 김태형은 '포수' 김경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역으로 말하면 이 부분도 양 팀 사령탑은 닮아있다. 2000년대 후반 김경문 감독은 SK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과의 신경전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사령탑이다. 철저한 승부의식에 당시 김성근 감독도 '미운 정'이 들었다. 2011년 6월 성적 부진으로 인해 두산에서 중도사퇴한 김경문 감독에 대해 "충분히 (성적은) 반등이 가능한데, 아까운 지도자 한 명이 허무하게 나갔다"고 했다. 당시 기자는 '김경문 감독과 수많은 신경전을 치르시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 일이다. 김 감독은 두산을 빠르고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선수 장악능력도 훌륭한 사령탑"이라고 극찬했다.
김경문 감독을 대표하는 말은 '믿음'과 '뚝심'이다. 자신의 절대적인 기준과 지도 철학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그라운드 안에서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승부사 기질이다.
김태형 감독이 처음 두산의 지휘봉을 잡을 때 두산 관계자들은 "김경문 감독과 많이 닮아있다"고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선수단 장악. 그 바탕에서 자신의 야구관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확실히 이끌면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혼란은 없다.
이런 양 팀 사령탑의 공통점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타순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3번에 이종욱을 배치했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는 베테랑 타자. 하지만 김 감독은 1차전에서 주전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중요했다. 4타수 무안타.
니퍼트의 구위에 눌러 0대7로 완패. 니퍼트의 호투도 있었지만, NC 타자들의 실전감각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종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도 타순은 똑같았다. 이번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1회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세 차례의 삼진. 공격흐름이 뚝뚝 끊어졌다.
김 감독의 밑바탕에 깔린 생각. 결국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 타순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차전에서 오재원과 홍성흔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사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오재원이다. 반면 백업 내야수 최주환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상태. 하지만 김 감독은 "상대팀이 갖는 중압감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결국 오재원은 2차전에서 우전안타와 결승점이 될 수 있었던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홍성흔 역시 1차전에서 귀중한 솔로포를 터뜨렸다. 두 감독의 '뚝심'이 온전히 드러나는 용병술.
하지만 약간 다른 점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0-1로 뒤지고 있는 8회 무사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아닌 강공을 지시했다. 이후 1사 3루에서는 스퀴즈 번트였다.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작전. 큰 무대에서 김 감독은 극적인 변화를 즐겨한다. 때문에 부작용이 동반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 부분에서 약간 신중하다. 특히, 투수 교체의 경우 매우 신중한 경우가 많다. "포스트 시즌은 총력전"이라고 말하지만, 실전에서는 다음 경기를 대비해 필승계투조를 아끼는 경우가 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그랬고, 플레이오프 2차전이 그랬다.
그들의 '뚝심'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부작용이 동반된다. 이 부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정하느냐, 혹은 믿음을 준 선수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시리즈의 판도는 극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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