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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황재균, 윤석민 케이스 생각하면 오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0-16 07:33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과 황재균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과연 장밋빛이기만 할까. 선수들이 냉철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손아섭과 황재균이 나란히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이들은 자유계약(FA) 신분이 아니다. 7시즌을 채워 구단 동의 하에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미국 진출을 타진해볼 수 있다. 구단이 허락해줘야 하기에 선수가 허락해줄 것을 요구하고, 구단이 고심하겠다는 과정이 세상에 알려졌다.

롯데로서는 난처하다. 두 사람이 모두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꿈을 막을 수도 없다. 선수들이 세 살배기 어린애가 아니다. 정으로만 남아달라 호소할 수 없다. 포스팅 기회를 주는 게 맞다. 물론, 냉정하게 봐서 선수는 구단의 재산이기에 터무니 없는 포스팅 금액이 나온다면 보낼 수 없다는 원칙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두 사람이 어떤 절차를 밟든, 규약 상 2명 중 1명밖에 해외 진출을 할 수 없는 상황 등은 나중에 논할 얘기다. 선수들이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도전 정신은 멋지지만 현실을 냉정히 봐야한다.

두 사람은 FA 자격이 아니다. 만약 해외에 진출한다면 임의탈퇴 신분이 된다. 구단은 FA가 아닌 선수를 해외에 보낼 때 임의탈퇴, 보류 선수 명단 제외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후자를 택하는 자선단체 구단은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선수는 FA 신분이 되기 때문. 때문에 임의탈퇴를 선택하는 것이 100%다. 그렇게 되면 그 선수는 한국으로 돌아오면 원소속구단에서만 뛸 수 있다.

문제는 선수들이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느냐이다. 최근 해외 유턴 선수들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받기에 선수들이 큰 부담없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추세다. 해외에서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한국에 대접받고 돌아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근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 후 2시즌 만에 90억원을 받고 KIA에 돌아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윤석민은 FA 자격을 얻어 다른 구단도 데려갈 수 있기에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케이스다.

하지만 손아섭, 황재균과 윤석민은 사정이 다르다. 두 사람은 실패하면 고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조건 롯데로 돌아와야 하는데, 실패를 하고 돌아온다면 롯데는 할 말이 많아진다. 롯데도 선수 부재로 인한 전력 약화 때문에 고생한 한 마당에 이 선수에게 극진한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대우를 요구해도 안해주면 그만이다. 다른 팀에서 못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렇게 되면 이 선수들은 규약상 국내에서 4시즌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FA 기회를 한 번 당겨 쓰는 것이다. 지금에 비해 많이 깎일 연봉을 받고 4년을 더 뛰어야 하니 선수 입장에서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또, 국내 첫 번째 FA가 늦어지는 것도 심각한 손해다. 그 다음 FA 계약에서 나이가 많아지면 몸값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냉정히 보자. 두 사람이 엄청나게 좋은 대우를 갖고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계약기간도 1~2년 정도로 길지 않을 것이고, 몸값도 국내와 비교해 크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아오키 노리치카가 2012년 포스팅을 통해 2년 250만달러를 받고 미국에 갔었다. 당시 아오키의 인지도에 비교하면 두 사람이 더 뛰어나다고 확언하기 힘들다.


결국 두 사람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돈 등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도전 의식만을 갖고 나간다면 상관 없다. 무리하게 포스팅까지 거쳐 하루라도 빨리 가려고 하는 것, 1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나가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로 해석하면 멋있는 일이다. 그 도전에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밋빛만을 꿈꾸며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는 야구 인생이 꼬일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차라리 2년을 기다려 FA 자격을 얻고 해외 진출을 노크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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