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같은 레퍼토리 넥센, 이대로 가면 답이 없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11:16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1사 1,3루서 두산 허경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넥센 조상우가 아쉬워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4.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패했을 때, 이장석 대표는 "우승하지 못했으니 실패한 시즌"이라고 했다. 아쉬움을 격한 감정으로 담아 낸 말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고, 좋은 흐름을 탔는데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뼈아픈 실수가 있었고, 경험부족도 문제가 됐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었던 2014년 시즌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호기였다. 그래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히어로즈니까.

그렇다면 준플레이오프에서 멈춘 올해도 실패일까?

히어로즈가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페넌트레이스 후반에 집중력을 잃고 두산 베어스에 밀려 4위가 됐을 때부터 조짐이 안 좋았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5위 SK 와이번스를 꺾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막혔다. 1~2차전을 내준 뒤 3차전을 잡고 4차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거짓말같은 9회 역전패를 당했다. 2연승 뒤 3연패를 당했던 2013년 준플레이오프 이상의 충격적인 결과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분명히 실패로 보기 어렵다. 서건창과 김영민이 풀시즌을 뛰었다면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최근 3년간 매년 가을야구를 한 팀은 삼성과 히어로즈뿐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거둔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이 아닌, 더 큰 목표를 바라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펜 과부하'나 '경험 부족' '빈약한 선수층'은 식상한 레퍼토리다. 2013년도 그랬고, 2014년에도 그랬다. 지난 3년간 선발진이 약해 불펜 부담이 가중됐다. 가을만 되면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만 찾았다. 올해도 '불펜의 핵'인 조상우는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샘물도 펑펑 퍼쓰기만 하면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소수정예. 제대로 능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핵심투수 몇명으로 애를 써봤으나 한계가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양의지가 9회초 1사 1,3루에서 2타점 역전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4/
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선발 투수 육성을 강조했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출범 9년째를 맞는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에 대전환의 시기를 맞는다. 8년간 사용해 온 목동야구장을 떠나 고척 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경기장 변화와 함께 코칭스태프, 선수단도 심기일전해야한다.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히어로즈는 더이상 약팀이 아니다.


지난 겨울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데 이어, 이번 겨울에는 박병호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년새 KBO리그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 두 명이 빠지는 것이다.

강정호의 공백은 프로 2년차 유격수 김하성이 메웠다. 다른 선수들이 업그레이드한 공격력으로 거들었다. 하지만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다. 게다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되는 유한준 손승락 이택근 중 1~2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한 날 히어로즈의 2016년 시즌은 시작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