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패했을 때, 이장석 대표는 "우승하지 못했으니 실패한 시즌"이라고 했다. 아쉬움을 격한 감정으로 담아 낸 말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고, 좋은 흐름을 탔는데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뼈아픈 실수가 있었고, 경험부족도 문제가 됐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었던 2014년 시즌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호기였다. 그래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히어로즈니까.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분명히 실패로 보기 어렵다. 서건창과 김영민이 풀시즌을 뛰었다면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최근 3년간 매년 가을야구를 한 팀은 삼성과 히어로즈뿐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거둔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이 아닌, 더 큰 목표를 바라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수정예. 제대로 능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핵심투수 몇명으로 애를 써봤으나 한계가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
|
출범 9년째를 맞는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에 대전환의 시기를 맞는다. 8년간 사용해 온 목동야구장을 떠나 고척 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경기장 변화와 함께 코칭스태프, 선수단도 심기일전해야한다.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히어로즈는 더이상 약팀이 아니다.
지난 겨울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데 이어, 이번 겨울에는 박병호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년새 KBO리그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 두 명이 빠지는 것이다.
강정호의 공백은 프로 2년차 유격수 김하성이 메웠다. 다른 선수들이 업그레이드한 공격력으로 거들었다. 하지만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다. 게다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되는 유한준 손승락 이택근 중 1~2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한 날 히어로즈의 2016년 시즌은 시작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