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PS, 박진감에 웃고 불안감에 허탈하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08:45


팽팽한 투수전이 주는 긴장감, 적시타와 홈런이 쏟아지는 난타전의 박진감. 어느 쪽이든 맛은 달라도 야구보는 재미다. 한지만 올 가을야구는 한쪽으로 전도될 위기다.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도 여전한 타고투저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은 9회 대거 6득점하며 11대9로 승리했다. 두산팬들은 밤새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면 다 잡았던 대어를 놓친 넥센팬들의 허탈함은 마지막 프로야구를 치르는 목동구장만큼이나 깊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9회 거짓말 같은 6득점으로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9회초 6이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14
문제는 심각한 투수난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침몰한 넥센은 상대적으로 밴헤켄, 피어밴드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발이 없다. 셋업맨 김영민은 갑작스런 투병에서 회복중이어서 나서지 못했다. 조상우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위기순간을 넘지 못했다. 없는 대안, 지친 조상우는 고비에서 주저앉았다. 야구는 잘해도, 못해도 승자가 나오는 스포츠다. 타자가 못 쳐도 투수가 잘 던진 것이 되고, 투수가 못 던져도 타자가 잘 친것이 된다.


◇2-9로 뒤지던 두산이 11-9의 대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된 후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14/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딱 맞다며 무릎을 쳤던 하루였지만 가을야구에 올라온 팀이 낼 투수가 없어 쩔쩔매는 상황에서 국내리그 현실이 오버랩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마저도 "역전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사령탑도 생각지 못한 예측불허 승부는 명승부인가, 아니면 허점투성이 승부인가. 칠 타자가 치고, 에이스는 호투하고, 셋업맨은 리드를 마무리에게 넘기고, 마무리는 무난하게 경기를 매듭짓는 것. 어찌보면 메이저리그같은 수준높은 리그에서 자주 연출되는 모습이 국내에서도 계속되면 팬들은 식상함에 고개를 저을까.

올시즌 마무리들의 평균자책점을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33세이브를 따내며 구원 1위에 오른 삼성 임창용은 2.83, 31세이브 NC 임창민은 3.80이었다. 30세이브의 KIA 윤석민은 2.96, 23세이브의 넥센 손승락은 3.82였다. 두산 이현승(18세이브 2.89) 한화 권혁(17세이브 4.98), SK정우람(16세이브 3.21), LG봉중근(15세이브 4.93), SK 윤길현(13세이브 3.16), kt 장시환(12세이브 3.98). 권혁은 너무 많이 던졌고, 장시환도 중간과 뒤를 자주 오갔다. 봉중근은 구위하락, 손승락은 시즌막판 마무리에서 중간계투로 강등되기도 했다.

박진감이 너무 강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초절정 타고투저. 이긴 팀도 진 팀도 얼떨떨한 모습이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는 해커 스튜어트 이재학 이태양 등 양질의 선발진이 버티고 있고, 1위 삼성은 피가로 클로이드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등 5명의 선발에 안지만 임창용까지 있다. 이들이 등장하면 판세는 달라질까.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