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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이것이 야구인가 보다. 나오지 말아야 할 실책이 나왔고, 나오면 안 되는 본 헤드 플레이가 이어졌고, 절대 나오지 않길 바란 조상우가 등판했다. 결과는 앞으로 다신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충격적인 7점 차 역전패. 넥센의 2015시즌이 허무하게 끝났다.
이 부분이 넥센의 발목을 잡았다. 손승락, 한현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염 감독이 마운드 운용을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 입장에선 가장 강력한 카드로 승부를 거는 게 당연하다. 넥센에겐 필승계투조 3장의 카드가 있었지만 경기 막판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오직 조상우뿐이었다.
이번 시리즈에 앞서 전력에서 이탈한 김영민의 공백도 컸다. 그는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지만 시즌 막판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다. 만약 김영민이 있었다면... 넥센의 가을 야구는 더 강력했을 것이다. 염 감독도 이 부분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야수들도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고 잘 싸웠다. "2년 간 가을에 실패를 했다"던 박병호는 유인구를 잘 골라내며 무게 중심을 잡았다. 1,2차전에서 터지지 않은 유한준도 3차전부터 찬스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서건창, 김하성, 고종욱 등 올 정규시즌에서 상대 투수를 괴롭힌 선수들의 능력도 여전했다. 어차피 강정호가 빠진 공백은 메울 수 없는 법. 어린 선수들의 경험은 내년부터 고척돔을 홈으로 쓰는 넥센의 큰 자원이다.
다만 마무리 조상우가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빼어난 투수다. 그 동안 특급 투수 반열에 올라선 선배들 가운데 위기와 고통, 눈물 없이 최고가 된 선수는 없다. 억울하고, 화나고, 잠도 잘 못 잘 테지만 조상우가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더 큰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
목동=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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