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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관정평] 아쉽지만 잘 싸웠다. 그것이 야구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14 22:37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1, 3루 두산 양의지가 2루타를 친 가운데 넥센 좌익수가 실책을 범하며 주자가 모두 들어오고 양의지가 3루까지 진루했다. 역전을 허용한 넥센 조상우와 박병호가 허탈해하고 있다.
두산은 선발투수로 시즌성적 6승 1패 방어율 4.19의 이현호를 내세웠다. 넥센에서는 준PO 1차전 선발로 나왔던 양훈이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14/

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이것이 야구인가 보다. 나오지 말아야 할 실책이 나왔고, 나오면 안 되는 본 헤드 플레이가 이어졌고, 절대 나오지 않길 바란 조상우가 등판했다. 결과는 앞으로 다신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충격적인 7점 차 역전패. 넥센의 2015시즌이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잘 싸웠다. 히어로즈 선수단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 우선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연장 혈투 끝에 이긴 것이 데미지로 작용했다. 이날 조상우는 올 시즌 최다인 49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 때까지는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었지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8개의 공을 던지면서 지쳐갔다. 이후부터 그가 등판할 때마다 던진 공은, 팬들에게 익숙한 엄청난 직구가 아니었다.

이 부분이 넥센의 발목을 잡았다. 손승락, 한현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염 감독이 마운드 운용을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 입장에선 가장 강력한 카드로 승부를 거는 게 당연하다. 넥센에겐 필승계투조 3장의 카드가 있었지만 경기 막판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오직 조상우뿐이었다.

이번 시리즈에 앞서 전력에서 이탈한 김영민의 공백도 컸다. 그는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지만 시즌 막판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다. 만약 김영민이 있었다면... 넥센의 가을 야구는 더 강력했을 것이다. 염 감독도 이 부분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야수들도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고 잘 싸웠다. "2년 간 가을에 실패를 했다"던 박병호는 유인구를 잘 골라내며 무게 중심을 잡았다. 1,2차전에서 터지지 않은 유한준도 3차전부터 찬스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서건창, 김하성, 고종욱 등 올 정규시즌에서 상대 투수를 괴롭힌 선수들의 능력도 여전했다. 어차피 강정호가 빠진 공백은 메울 수 없는 법. 어린 선수들의 경험은 내년부터 고척돔을 홈으로 쓰는 넥센의 큰 자원이다.

다만 마무리 조상우가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빼어난 투수다. 그 동안 특급 투수 반열에 올라선 선배들 가운데 위기와 고통, 눈물 없이 최고가 된 선수는 없다. 억울하고, 화나고, 잠도 잘 못 잘 테지만 조상우가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더 큰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

목동=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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