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오승환의 향기가 난 '코끼리' 조상우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08 03:10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SK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2루서 넥센 조상우가 SK 브라운을 삼진처리한 후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07.

'돌부처' 오승환(한신)의 향기가 났다. 절체절명 위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씩씩하게 꽂아 넣는 150㎞의 강속구. 조상우(넥센)의 피칭은 짜릿했다.

조상우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 무사 1루에서 등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전 "오늘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의 등판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승부처에서 불펜을 박차고 나온 건 '코끼리' 조상우였다.

기대대로 실점은 없었다. 8회 1사 2루에서 브라운을 삼진, 계속된 2사 1,2루에서 7번 김성현을 2루 땅볼로 요리했다. 9회에도 2사 1루에서 김강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또 연장 10회에도 2사 후 브라운에게 2루타, 박정권을 고의4구로 거른 뒤 김성현을 2루 땅볼로 돌려 세웠다. 3이닝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49개의 공을 던졌다.

이는 올 시즌 최다 투구수다. 정규시즌 70경기에서 8승5패19홀드 3.0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가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이 던진 공은 43개다. 7월14일 포항 삼성전, 1⅓이닝 동안 40개 넘는 공을 뿌린 바 있다. 물론 1군 데뷔 해인 2013년 66개까지 던진 적이 있지만, 필승계투조에 편입된 이래 염 감독은 철저하게 투구수를 관리해줬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50개 가까운 공을 뿌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다른 생각은 없다.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 뿐"이라며 "2이닝을 던지든, 3이닝을 던지든 모든 힘을 짜내 공을 뿌릴 것이다. 믿고 맡겨주신다면 4이닝까지 던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자신감이 공 한 개 한 개에 묻어났다.

마치 오승환을 보는 듯 했다. 오승환은 일본 무대에 진출하기 전인 2013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무려 53개의 공을 던졌다. 1-1이던 9회 1사 1루에서 등판했고, 4이닝 동안 무려 8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특히 그는 이날 6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김광현이 갖고 있는 한국시리즈 연속 타자 탈삼진 타이 기록을 썼다. 또 연장 13회 1사 후 오재일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12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했다. 왜 오승환이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지를 스스로 증면한 사건.

조상우는 오승환처럼 삼진 개수가 많지 않았지만, 타자를 윽박지르는 모습 만은 비슷했다. 경기 전 "불리한 볼카운트일 때 한 가운데 직구를 꽂아 넣을 것이다. 무조건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켰다. 염경엽 감독도 경기 후 "오늘 경기에서는 조상우에게 승부를 걸었다. 만약 패했다면 조상우를 쓸 수 없어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조)상우가 3이닝을 잘 막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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