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스타 박태환의 도핑 위반은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 피부를 위해 병원에서 맞은 주사에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돼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
문체부와 KADA가 7개 프로스포츠 단체와 지난 8월 '프로선수 도핑검사 의무화 대비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1차 위반 시 연간 총 경기 수의 30% 출전정지, 2차 위반 시 60%, 3차 위반 시 영구제명하는 도핑제재 기준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화 최진행이 도핑 위반으로 3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란 논란이 나오자 문체부와 KADA가 1차 위반 시 1년 출전정지, 2차 위반 시 2년 출전정지, 3차 위반 시 영구제명하는 강화된 도핑제재안을 프로스포츠 단체들에게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5개 단체가 강화된 기준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를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도핑은 프로스포츠의 흥행과 지속가능성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면서 도핑제재 규정 강화를 주장했다.
프로스포츠는 상업적인 스포츠다. 아마추어와 잣대를 같이해서는 안된다. 강화된 기준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해서 도핑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아니다. 당연히 이들도 약물없이 공정하게 경쟁을 해야한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스포츠는 외면당할게 뻔하고 외면당하는 프로스포츠는 없어지게 되는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도핑 방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프로스포츠가 자율적으로 해야할 일을 왜 정부에서 일방적인 기준을 만드는가다. 국민들이 사랑하는 프로스포츠의 투명성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도 무조건 1년의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에 프로스포츠 단체가 찬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추어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기준을 따르면서 종목마다 상황에 맞게 제재 규정을 만든다. 금지약물 중에서도 해당 종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징계를 더 세게 내리기도 한다. 종목에 따른 금지약물의 경중도 없이 무조건적인 처벌은 문제가 있다.
KBO 관계자는 "한약을 먹었는데 그 속에 금지약물이 있을 수 있고, 피부 치료약에 금지약물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그런 것까지 주의해서 프로야구에 도핑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면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 하지만 의도적이지 않은 실수로 저지른 일에 대해서까지 1년 정지를 시키는 것은 선수 생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제재가 아니라 처벌을 할 때 프로의 독립성을 인정해 프로단체가 자율적으로 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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