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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하는 한화, 스스로 일어설 힘이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09 13:27


지난 10개월 간의 처절한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다. 악바리처럼 한 시즌을 버텨오던 한화 이글스가 휘청인다. 또 다시 5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1루수 권용관이 LG 9회말 1사 1루에서 양석환의 플라이성 타구를 놓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8일 잠실 LG전에서 충격적인 8대7 역전패를 당하면서 이날 SK 와이번스를 꺾은 롯데 자이언츠에 밀려났다. 시즌 중 1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5위를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과 경기의 내용면에서 이 패배는 올 시즌 최악의 패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한화가 입은 데미지도 크다. 만약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 패배가 상당히 큰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더불어 이날의 패배 때문에 지난 10개월간 처절하게 해온 훈련과 성과가 일시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게 됐다. 패배의 핵심 요인이 바로 팀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날 패배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된 건 바로 실책이다. 두 개의 실책이 있었다. 모든 실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두 장면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실책이었다. 긴박한 상황 혹은 까다로운 타구가 아니었기 때문. 프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수천 수만번을 반복했을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5-0으로 앞선 2회말 3루수 김회성의 실책과 7-4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1루수 권용관의 실책. 특히 권용관의 어이없는 뜬공 포구 실책은 올해 나온 한화의 여러 실책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5회초 1사 1루에서 LG포수 유강남이 송구동작중 권용관의 타격을 방해했다며 오훈규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그런데 이런 실책은 사실 그간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추구해왔던 팀의 모습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혹독한 가을 마무리캠프, 올해 초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 내내 이어진 특타와 수비 훈련까지. 김 감독은 선수들의 정교한 플레이를 추구해왔다. 그리고 권용관은 다른 팀에서 사실상 용도 폐기됐지만, 김 감독이 주도해 영입한 인물이다. 공격력이 강하거나 화려한 플레이를 하진 못해도 경험이 풍부하고 근성이 뛰어난 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권용관은 올해 내야 거의 전포지션을 두루 맡으며 팀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베테랑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으로 팀의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는 건 한화의 그간 행보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김회성 역시 2회말 평범한 땅볼 타구를 파울로 미리 짐작하고 잡지 않아버렸다. 잘 던지던 로저스의 투구수를 늘려주는 동시에 실점까지 이어진 장면이다.

공격력이 부족하거나 투수들이 상대에게 공략당해서 지는 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패배는 납득이 가능하고 향후 재도약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헤드 플레이와 실책으로 지는 경기, 그것도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해 진 것은 데미지 밖에 남을 게 없다. 그런데 하필 지금은 그 데미지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시기고, 회복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과연 내부적으로 이런 충격을 추스를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10여 개월간 김 감독의 절대적인 리더십과 플랜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여왔던 팀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김 감독의 해법에 의존해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해결의 열쇠를 쥔 김 감독이 과연 안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선수단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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