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개월 간의 처절한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다. 악바리처럼 한 시즌을 버텨오던 한화 이글스가 휘청인다. 또 다시 5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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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1루수 권용관이 LG 9회말 1사 1루에서 양석환의 플라이성 타구를 놓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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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잠실 LG전에서 충격적인 8대7 역전패를 당하면서 이날 SK 와이번스를 꺾은 롯데 자이언츠에 밀려났다. 시즌 중 1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5위를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과 경기의 내용면에서 이 패배는 올 시즌 최악의 패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한화가 입은 데미지도 크다. 만약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 패배가 상당히 큰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더불어 이날의 패배 때문에 지난 10개월간 처절하게 해온 훈련과 성과가 일시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게 됐다. 패배의 핵심 요인이 바로 팀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날 패배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된 건 바로 실책이다. 두 개의 실책이 있었다. 모든 실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두 장면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실책이었다. 긴박한 상황 혹은 까다로운 타구가 아니었기 때문. 프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수천 수만번을 반복했을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5-0으로 앞선 2회말 3루수 김회성의 실책과 7-4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1루수 권용관의 실책. 특히 권용관의 어이없는 뜬공 포구 실책은 올해 나온 한화의 여러 실책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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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5회초 1사 1루에서 LG포수 유강남이 송구동작중 권용관의 타격을 방해했다며 오훈규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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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실책은 사실 그간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추구해왔던 팀의 모습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혹독한 가을 마무리캠프, 올해 초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 내내 이어진 특타와 수비 훈련까지. 김 감독은 선수들의 정교한 플레이를 추구해왔다. 그리고 권용관은 다른 팀에서 사실상 용도 폐기됐지만, 김 감독이 주도해 영입한 인물이다. 공격력이 강하거나 화려한 플레이를 하진 못해도 경험이 풍부하고 근성이 뛰어난 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권용관은 올해 내야 거의 전포지션을 두루 맡으며 팀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베테랑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으로 팀의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는 건 한화의 그간 행보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김회성 역시 2회말 평범한 땅볼 타구를 파울로 미리 짐작하고 잡지 않아버렸다. 잘 던지던 로저스의 투구수를 늘려주는 동시에 실점까지 이어진 장면이다.
공격력이 부족하거나 투수들이 상대에게 공략당해서 지는 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패배는 납득이 가능하고 향후 재도약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헤드 플레이와 실책으로 지는 경기, 그것도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해 진 것은 데미지 밖에 남을 게 없다. 그런데 하필 지금은 그 데미지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시기고, 회복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과연 내부적으로 이런 충격을 추스를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10여 개월간 김 감독의 절대적인 리더십과 플랜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여왔던 팀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김 감독의 해법에 의존해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해결의 열쇠를 쥔 김 감독이 과연 안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선수단을 어떻게 다독일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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