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 특히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에 안달하는 이유가 기록으로 명확해졌다. 올시즌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선발 출전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순위를 보면 외국인 선발투수가 무려 13명, 토종 선발투수는 7명에 불과했다.
지난 3월 개막전 선발투수에서 이미 외국인 쏠림현상은 어느정도 감지됐다. KIA 양현종을 제외하고 9개 구단이 개막전 선발로 외국인투수를 내세웠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마운드 주도권은 여전히 외인손에 쥐어져 있다. 각팀마다 영입 때부터 선발투수를 염두에 두고 그들을 뽑은 탓도 있지만 버텨냈기에 가능한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팀마다 '내년에 용병만 잘 뽑으면 우리도 해볼만하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판치고 있다.
사실상 2015 KBO리그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들이 우세다. 두산 유희관(17승)이 다승 1위, KIA 양현종이 평균자책점 1위(2.34)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토종선수끼리 경합하는 구원 부문을 제외하면 상위 랭커는 죄다 외국인 선발들이 꿰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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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3년차에 최고 투수로 거듭난 NC 해커. 퀄리티 스타트 부문도 1위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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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 스타트는 선발투수로서의 기본적인 책임,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넘어 팀승리에의 공헌까지 간접적으로 측정해 볼수 있는 데이터다. NC 해커가 26경기에서 21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1위다. 2위는 롯데 에이스 린드블럼으로 27경기에서 20차례. 3위 역시 삼성 피가로로 24경기에서 17차례다. 4위는 삼성 차우찬, 넥센 피어밴드, 두산 장원준과 유희관, 롯데 레일리, KIA 양현종으로 각각 16차례. 롯데는 린드블럼-레일리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윤성환이 14차례로 11위, 클로이드가 13차례로 14위, 장원삼이 8차례로 23위에 랭크돼 있다. 삼성은 장원삼은 20위권 밖이고 나머지 4명의 선발요원이 전부 톱20에 이름을 걸었다. 선두 질주 원동력이 확실해지는 대목이다. 2위 NC와 kt는 각각 해커와 옥스프링만이 톱20를 지키고 있다. 2위 NC의 선발 고민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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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1위 두산 유희관. 퀄리티 스타트는 토종 선수 중 공동 최다인 16차례 성공.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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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 전력과 순위 윤곽이 나오면서 내년에 대한 언급이 더 잦아지고 있다. 각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내년 외국인투수만 제대로 데려오면 어느 정도 해볼만하지 않나'라는 얘기가 잦아지고 있다. 수년째 이맘때 쯤이면 반복되는 얘기. 또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장탄식으로 끝나기 쉬운 얘기. 반복되는 패턴.
여전히 외국인 투수를 '뽑기운'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수년째 축적된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 선수를 관리하는 네트워크와 정보 차이,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머니게임 능력이 최우선이겠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화 로저스는 후반기에 상당한 금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다. 5차례 등판에서 3승1패(2완봉승, 1완투승),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했다. 투자의 힘이 다시한번 입증됐다. 하지만 팀내 적응에 대해서는 말이 나온다. 가장 민감한 순위다툼 시기에 2군에 내려갔다.
투수는 민감한 포지션이다. 때로는 그들의 화를 열정으로 돌리고, 이기적인 마음을 동료들과 나눌 수 있게 적절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프런트 능력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은 여기서 판가름난다. 외국인 투수로 그다지 재미를 못본 팀들은 '운이 없었다'는 말로 구단의 운영능력을 포장할 필요가 없다. 천양지차의 결과가 종이 한장 차 선택에서 나왔다고 하면 그 종이 한장 차가 실력이다. 그 간격에 5승, 10승이 왔다갔다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 순위
1위 NC 해커 26경기 21차례
2위 롯데 린드블럼 27경기 20차례
3위 삼성 피가로 24경기 17차례
4위 삼성 차우찬 25경기 16차례
4위 넥센 피어밴드 26경기 16차례
4위 두산 장원준 25경기 16차례
4위 두산 유희관 25경기 16차례
4위 롯데 레일리 27경기 16차례
4위 KIA 양현종 27경기 16차례
10위 LG 소사 26경기 15차례
11위 삼성 윤성환 25경기 14차례
11위 넥센 밴헤켄 27경기 14차례
11위 SK 켈리 24경기 14차례
14위 삼성 클로이드 24경기 13차례
14위 SK 김광현 24경기 13차례
14위 kt 옥스프링 27경기 13차례
17위 KIA 스틴슨 28경기 11차례
17위 한화 탈보트 26경기 11차례
19위 LG 루카스 29경기 10차례
19위 LG 류제국 20경기 10차례
※퀄리티 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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