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적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던 '전가의 보도'가 무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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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권 혁은 다양한 구종을 지닌 투수가 아니다. 150㎞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 가끔 커브도 섞어 던지는 데 비중은 10% 미만으로 매우 적다. 그래서 실제로는 '직구-슬라이더'의 투 피치형 투수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 즉 권 혁의 '전가의 보도'는 바로 직구다. 좌완 투수임에도 최고 150㎞ 초반까지 나오는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올해 권 혁은 한화의 '승리 수호신' 역할을 해냈다.
그런데 그 '전가의 보도'같던 권 혁의 직구가 최근 자주 얻어맞는다. 게다가 빠른 공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 '반발력' 때문에 장타로 쉽게 이어지고 만다. 당장 30일에 허용한 김현수의 동점 2점 홈런만 해도 그렇다. 김현수는 이미 타석에 나올 때부터 권 혁의 '직구'를 노렸다. 투구 패턴상 가장 들어올 확률이 높은 구종을 먹잇감으로 삼은 건 당연하다. 그래서 초구에 들어온 144㎞짜리 가운데 약간 낮은 직구를 약간 어퍼스윙 식으로 맞혀 중앙 펜스를 넘겼다.
권 혁은 6월까지는 평균자책점 3.62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42로 팀의 확실한 필승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7월 이후 현재까지 2개월간은 무척 부진했다. 7~8월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5.89나 된다. WHIP도 1.61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블론세이브가 무려 4개나 됐다. 시즌 중반 이후의 중요한 시기에 흔들린 것이다.
이같은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결국 최근 실점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권 혁의 최고 무기인 직구의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속은 나오지만, 전반기만큼의 공끝이 아니다. 그래서 범타가 아닌 장타로 쉽게 연결되는 것이다.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지닌 유형의 투수는 직구의 구위가 떨어지면 무너지게 돼 있다. 최근의 권 혁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불펜 투수임에도 압도적인 누적 이닝과 누적 투구수의 여파가 지금의 직구 구위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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