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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5위는 네가 해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지난 8월 초중순까지 무섭게 치고나갔던 KIA 타이거즈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5연패에 빠졌다. 지난 26일 SK전에서 9회말 마무리 윤석민이 끝내기 홈런을 내준 후 내리막길이다. 1~3선발 양현종, 조쉬 스틴슨, 임준혁이 차례로 나섰는데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는 '천적' 넥센 히어로즈에 막혀 고개를 떨궜다. 무엇보다 분위기 반등의 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주말 kt에 2경기를 모두 내줬다. 26일 KIA를 상대로 거짓말같은 9회말 끝내기 승을 거두고 LG 트윈스에 2연승할 때만해도 무서울 게 없었다. 한때 롯데 자이언츠에 밀려 8위까지 떨어졌는데, 다시 일어났다. 이런 좋은 흐름이 막내 위즈 앞에서 꽉 막혔다. 올해 1군에 합류한 kt는 SK에 강했다. 지난 주말까지 7승8패를 기록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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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경쟁중인 팀들이 약속을 한 듯 동시에 부진에 빠지면서 순위표도 그대로다. 상위권 팀들과 중하위권 팀간의 벌어진 전력차가 '이상한 5위 경쟁'을 불러왔다.
최근에는 매치업만 봐도 승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1~4위 팀과 중하위권 팀이 붙으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상위권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구도다. 예외적인 '천적관계'가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중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의 벽에 막혀 승수를 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결국 5위 경쟁 팀간의 맞대결에서 승부가 가릴 가능성이 높다.
또 시즌이 진행될수록 위력이 커지고 있는 kt도 순위 싸움의 변수다. 지난 주 kt는 KIA와 SK를 상대로 4연승을 거뒀다. 고춧가루 정도가 아니라 저승사자다.
기본적인 전력차도 있었지만,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틈이 더 벌어졌다. 모든 팀이 매경기 총력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층이 비교적 두텁고, 주전과 비주전간 전력차가 크지 않은 상위권 팀이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기초 체력이 허약하면 오래 버티지 어렵다. 더구나 9월들어 엔트리 확대가 이뤄지면 상황이 더 심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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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10구단 시대에 포스트 시즌 진출권이 5위까지 확대되면서 KBO리그가 더 재미있어졌다. 해당 팀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어 더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한화 김성근, KIA 김기태, SK 김용희 감독 모두 올해가 사령탑 첫해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4번이나 꼴찌를 했고, 최근 3년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김성근 감독 시절의 절대강자 SK도 최근 몇 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SK는 시즌 전에 삼성에 맞설 '투톱 전력'으로 꼽혔던 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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