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길었던 침묵, 정상호의 끝내기포가 끝내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8-26 21:59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 정상호가 9회말 1사 1,2루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6/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SK 와이번스는 26일 현재 3할 타자가 이명기 한 명 밖에 없다. 이명기는 3할3푼4리로 타격 부문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SK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이명기 말고도 이재원이 3할 타율을 유지했고, 브라운과 박정권도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이명기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동반 침체에 빠졌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선수가 없다. 주자가 나가더라도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니 공격의 맥이 끊기기 일쑤다. 그렇다고 장타를 기대하기도 힘든 타선이다. 김용희 감독은 26일 인천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답답한 타선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이 곤혹스러운 지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기술적인 측면이 있고 심리적인 측면이 있는데, 지금 우리는 심리적인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주전 타자들 가운데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심리적으로 쫓기고 소극적인 타격을 하기 때문에 제 스윙을 못한다는 진단이다.

김 감독은 "팀이 좋을 때는 내가 못쳐도 다음 타자가 있으니까지 부담이 덜한데,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시원하게 치기보다는 죽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이럴 때는 홈런을 치는 선수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힘을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홈런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명기는 정교한 타격으로 출루율이 높은 편이지만 베이스러닝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공격의 포문을 열 수는 있어도 경기를 풀어가고 이끌어가는 스타일은 되지 못한다. 결국 주자를 불러들이고, 장타를 때릴 수 있는 타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SK는 이날 KIA를 상대로도 8회까지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9회말 정상호가 끝내기 홈런포를 터뜨리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9회초까지 2-4로 끌려가던 SK는 9회말 박정권의 내야안타와 조동화의 우전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정상호가 KIA 마무리 윤석민의 136㎞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SK는 지난 23일 NC 다이노스전 2회부터 이날 6회 정의윤이 솔로홈런을 터뜨리기 전까지 23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쳤고, 특히 KIA를 상대로는 26이닝 연속 무득점의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9회 정상호 앞에 두 명의 주자가 나갔을 때도 전체적인 분위기상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정상호는 윤석민의 밋밋한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길고 길었던 침묵을 깨는 120m짜리 아치를 그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5대4로 승리한 SK는 3연패를 끊었고, 5위 KIA와의 승차를 3.5경기로 좁혔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오늘도 매우 힘든 경기를 했다.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마지막에 나타났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선수들도 반전의 기회로 삼아 계속 이기는 경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역전승의 주인공 정상호는 "오늘을 계기로 계속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전 정경배 타격코치님이 항상 볼이 뒤에서 맞아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볼 한 개 정도만 앞에서 타격하라고 조언해 주신게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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