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선발투수 임준혁, 13년 세월 보상받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8-26 09:45


KIA 임준혁은 올시즌 선발로 전환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구력을 안정시키며 데뷔 13년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준혁이 25일 인천 SK전에서 3회 나주환에게 헬멧을 맞히는 사구를 내준 뒤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건네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KIA 타이거즈 마운드는 전반기에 짜임새가 떨어졌다. 들쭉날쭉한 타선과 함께 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이유다. 그러나 후반기 KIA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5위까지 올라섰다. 이제는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부풀려도 될만한 상황이다. 25일 SK 와이번스를 누르면서 6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를 2경기로 벌렸다.

KIA가 후반기 들어 강팀으로 부상한 원동력은 마운드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에 걸쳐 계산이 서는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마무리 윤석민은 더이상 걱정할 게 없는 불펜의 에이스다. 최영필 김광수 심동섭 한승혁 등 중간계투진도 제법 '필승조'다운 풍모를 풍긴다. 여기에 후반기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반 믹이 불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4승을 올렸다. 에반은 중간에서 길게는 3이닝, 짧게는 1이닝을 던지는 전천후 셋업맨이다.

그러나 불펜진과 비교하면 선발진은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다. 4,5선발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베테랑 서재응과 김병현이 1군서 빠지면서 양현종과 조쉬 스틴슨, 그리고 임준혁이 붙박이 선발로 남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주 KIA의 로테이션은 임시방편으로 운영되고 있다. 26일 SK전에는 중간계투인 홍건희가 선발로 예고됐고, 27일 kt 위즈전에도 내부 중간 자원 가운데 한 명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당분간 4,5선발은 상황에 따라 기용해야 하는 비상체제다.

이런 상황에서 임준혁이 호투를 이어가며 KIA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임준혁은 25일 SK전에서 7이닝 6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내용의 투구였다. 투구이닝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무실점), 19일 SK전(5이닝 무실점)에 이어 3경기 및 1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임준혁이 이처럼 무실점 투구를 길게 이어간 적은 없었다.

지난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임준혁은 드래프트 2라운드서 KIA 선택을 받은 유망주였다. 입단 후 초기에는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묵직한 슬라이더를 앞세운 파워피처로 각광을 받았다. 매년초 전지훈련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투수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임준혁은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다른 투수가 돼 버렸다. 제구력이 형편없었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한 순간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필승조로 던져 본 적은 거의 없었다.

2010~2011년 상무에 입대해 2년간 변화를 시도해봤지만, 돌아온 후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부터다.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코치, 이대진 투수코치 체제가 들어서면서 역량을 확인하고 실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커보였던 투구폼에 손을 대고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에 제구력이 안정을 찾았다. KIA가 올해 발굴한 최고의 선수는 프로 13년차 임준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날 SK전에서 임준혁은 직구 구속이 134~145㎞에서 형성됐고,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를 승부구로 던졌다. 완급조절, 제구력, 맞혀잡는 피칭 등 모든 부분에서 선발투수다웠다. 이날 현재 성적은 19경기에서 80⅔이닝을 던져 8승2패, 평균자책점 3.57. 임준혁은 시즌초 주로 2군에 있다가 5월 중순 로테이션에 합류해 규정투구이닝을 채우기는 힘들지만, 이미 데뷔 이후 최다승과 최다투구이닝 기록은 넘어섰다.

5위 싸움서 KIA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데에는 임준혁의 공이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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