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1m91로 큰 키에 발이 빠르다. 게다가 어떤 순간에도 전력질주를 한다.
그런데 도루는 17개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도루실패는 7개로 도루 성공률이 70.8%. 투수의 동작을 뺏어 도루 타이밍을 잡기 위해선 아무래도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그의 발을 절대 무시하면 안된다. 그냥 열심히 뛰기만 하는게 아니다.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기 때문이다.
15,16일 포항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연전서 구자욱의 주루 센스가 빛났다.
15일엔 단타를 2루타로 만들었다. 2-2 동점이던 7회말 1사후 우전안타를 친 구자욱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1루로 전력질주했다. 타구 방향 등을 고려하면 2루로는 뛸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우익수를 바라보며 속도를 줄이려던 구자욱은 1루를 돌며 다시 속도를 올려 2루로 질주했다. 한화 우익수 정현석이 안전하게 포구하는 것을 보고 순간 기지를 발휘한 것. 구자욱은 "정현석 선배가 공을 잡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뛰었다"라고 했다. '안뛰겠거니'하는 마음을 읽었던 것. 단타를 2루타로 만들며 찬스가 만들어지자 삼성은 후속 타자의 맹활약으로 3점을 뽑아 5대4로 승리했다.
16일에도 역전 찬스를 구자욱이 만들어냈다. 1-4로 뒤진 8회말. 선두 김상수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2루 도루를 하다가 아웃돼 삼성의 추격 분위기가 식었을 때다. 구자욱은 한화 선발 로저스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2번 박해민이 중전안타를 쳤을 때 구자욱의 순간 포착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2루에 도착할 때쯤 중견수를 보며 속도를 줄이던 구자욱은 이내 다시 힘을 내 2루를 돌아 3루로 달렸다. 한화 중견수 고동진이 2루로 뛰는 구자욱을 신경쓰지 않고 공에만 집중하는게 보였던 것. 고동진이 잡아서 일어났을 때 구자욱은 벌써 2-3루 중간까지 달리고 있었다. 고동진은 이내 3루로 던지는 것을 포기. 이틀 연속 구자욱에게 베이스를 하나씩 더 내주자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고동진을 송주호로 교체했다. 1,2루가 될 상황을 1,3루로 만들며 삼성의 분위기가 다시 달아 올랐고 이후 나바로 박한이 이지영의 안타가 터지며 삼성의 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상대의 느슨한 허점을 파고드는 것은 한화가 잘하는 플레이. 그런 한화가 구자욱에게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가 낭패를 봤다.
구자욱은 타율 3할4푼1리로 타격 6위에 올라있는 무서운 타자다. 전력질주에 빈틈을 파고드는 무서운 주자이기도 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https://sports.chosun.com/news2/html/2015/08/17/2015081801001690100118671.jpg) |
13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5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1사 2루서 삼성 구자욱이 내야 땅볼을 친 후 힘차게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13. |
|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