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care(상관없다)"
한 롯데 관계자는 지난 15일 넥센전에서 4대3 역전승을 거둔 뒤 구단 버스에서 외국인투수 린드블럼과 마주쳤다. 이 관계자는 "나도 모르게 '괜찮냐'라는 말부터 나왔다. 린드블럼이 웃으며 'I don't care'라고 하더라. 순간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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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8월 5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롯데 린드블럼이 관중석을 오르내리며 러닝을 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전날 두산 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패배의 멍에를 안았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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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블럼은 올시즌 KBO리그 최고 비운의 투수다. 15일 넥센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패전을 면한 것이 다행이었다. 0-3으로 뒤지다 롯데는 린드블럼이 내려간 8회 손아섭의 2점홈런, 9회 강민호의 2점홈런으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린드블럼에게 나와 선수들 모두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내색 않고 열심히 해줘 고맙다. 린드블럼은 강민호가 9회 역전홈런을 때리자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팀플레이를 아는 선수다.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올시즌 24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점은 3.47(리그 7위)을 기록중이다. 6월 26일 넥센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8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50일 동안 2패만 기록했다. 잘 던졌지만 불펜이 승리를 날리거나 팀타선이 침묵했다. 이 기간 8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무려 6차례다.
린드블럼은 진정한 이닝이터다. 올시즌 158이닝을 소화해 삼성 피가로(152이닝)를 제치고 전체투수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외국인선수들은 예외없이 옵션계약을 한다. 성적에 상관없이 연봉을 100% 보장해줄 경우 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단은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승수, 경기수, 이닝 등 개인성적에 따라 세부계약을 한다. 용병은 개인성적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수입과도 직결된다. 롯데 관계자는 "승리를 기록하지 못해 당연히 속이 상하겠지만 웃으며 말이라도 '괜찮다'라고 해주니 오히려 구단이 더 미안할 지경"이라고 했다.
최근 LG 외국인투수 소사는 빠른 교체지시에 불만을 품고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화를 분출했다. 양상문 LG감독은 소사의 행위가 팀플레이에 저해된다고 판단, 2군으로 내려보내는 징계를 했다. 또 A구단의 외국인투수 B는 허약한 타선지원에 강한 불만을 품고 신경질을 내다 이를 나무라는 동료 외국인타자 C와 말다툼을 했다. 개인성적에 당장 돈이 걸리다보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롯데는 린드블럼과의 재게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참이다. 성적 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좋은 에이스는 흔치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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