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기당 BB 9.26, 불가피한 조상우의 2군행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7-22 07:19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 꼽은 승부처다. 매 경기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하지만 22일 잠실 LG전에 앞서 염 감독은 오른손 파이어볼러 조상우(21)를 2군으로 내렸다. 당분간 필승 계투조 1명 없이 전쟁을 치르겠다는 파격 조치다. 조상우의 공백은 1년 선배 한현희(22)가 메운다. 전반기 18경기(선발 17경기)에서 8승 4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찍고 있던 지난해 홀드왕이다. 그는 평균자책점이 5.44로 높긴 했어도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노리고 있었다. 본인도 선발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단호했다. 흔들리는 마운드에 과감히 칼을 댔다. 다급하기도 했다.넥센은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이 7할3푼9리(34승12패)로 이 부분 꼴찌다. 7월 들어서는 7회까지 앞서던 경기도 벌써 2차례나 뒤집혔다.결국 수장의 선택은 '회귀'였다. 한현희를 셋업맨으로 복귀시키며 지난해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


1일 목동구장에서 KBO리그 넥센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나바로(오른쪽)가 6회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밀어내기를 허용한 넥센 조상우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01


지쳐버린 조상우, 확 늘어난 볼

조상우는 강력한 구위로 밀어붙이는 투수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상대 타자를 압도해왔다. 지난해 성적은 48경기에서 6승2패 11홀드 2.47의 평균자책점. 올해는 경험이 쌓이며 6월까지 36경기에서 4승3패 12홀드 1.94의 평균자책점으로 더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7월부터 조상우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 11일 목동 NC전에서 1이닝 1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닷새 뒤 16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1이닝 3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출격한 21일 잠실 LG전. 여기서 2군행을 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장면이 잇따라 나왔다. 2-0으로 앞서던 8회 마운드에 올라와 ⅓이닝 2볼넷 1실점으로 팀 승리를 날릴 뻔 한 것이다. 그러자 염 감독은 조상우의 엔트리 말소를 결심했다. 승부처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무기를 최소 열흘 간 봉인시켰다.

최근 들어 조상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제구가 나쁘지 않은 편인데 이달 들어 급증한 볼넷이 이를 방증한다. 6월까지 그가 36경기 51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18개, 9이닝으로 환산하면 3.18개다. 리그 최고 불펜 정우람(2.94개·SK)보다 조금 많을 뿐이다. 하지만 7월 9경기 11⅔이닝에서 기록한 볼넷은 12개다. 9이닝으로 봤을 때 9.26개다. 지난달까지 200타자를 상대해 스트라이크 비율이 63.3%였던 그는 이달 들어 스트라이크 비율도 56.2%로 뚝 떨어졌다. 볼을 던지는 비율이 7% 넘게 늘어난 셈이다. 구단 내에서는 "체력이 떨어져 밸런스가 무너졌고, 난타를 당하면서 자신감도 떨어졌다"면서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명확하다. 비슷하게 날아오는 공이 줄었다. 구위를 논하기 이전에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염 감독도 "1군 동행은 없다. 제구를 잡고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고민했던 한현희 불펜 카드

염경엽 감독은 사실 전반기 막판부터 한현희의 불펜 전환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조상우의 스피드가 뚝 떨어지면서 지키는 야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현희가 선발 욕심을 냈다. 묘하게 그가 등판한 날 팀 승률도 나쁘지 않았다. 넥센은 한현희가 선발 등판한 17경기에서 10승을 올렸다. 한현희는 얻어맞더라도 17경기 중 12경기에서 5이닝 이상 던져주며 밥값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에서 염 감독은 한현희를 불펜으로 썼다. 4이닝 2실점의 준수한 피칭을 선보인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다. 그런데 이 때는 일회성 마운드 운용의 성격이 짙었다. 당장 한현희보다 잘 던지는 선발을 찾기 힘들었고, 불펜 '코끼리' 조상우에 대한 믿음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21일 LG전에 앞서서도 "내일(22일) 선발로는 한현희가 나간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후반기가 시작하자마자 갑작스러운 변화를 줄 생각은 애초 없었다. 하지만 이날 조상우가 또 부진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피칭을 반복했다. 때문에 염 감독도 22일 선발을 문성현으로 급하게 바꿨다. 내심 준비만 하고 있던 '플랜B' 한현희 불펜 카드도 마침내 꺼내 들었다. 염 감독은 아직까진 한현희가 불펜에서 더 위력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상우가 돌아올 때까지, 넥센은 한현희로 버텨야 한다.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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