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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에게 '20승'은 꿈의 숫자다. 시즌 10승이 선발 로테이션의 자리를 굳히고, 15승이 특급투수로 발돋움하는 숫자라면, 20승은 초특급 선발의 상징과도 같다.
올해 144경기로 늘어났다. 그리고 두산 유희관이 20승에 도전한다. 전반기만 12승, 다승 1위다. 기세는 질풍같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많다. 과연 토종선수로서 16년 만의 20승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치는 20승 돌파를 가리킨다.
두산은 전반기 81경기를 치렀다. 남은 경기는 63게임이다. 수치 상으로 유희관은 14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승수는 9.3승이다.
즉, 지금 페이스대로 계산해 본다면 유희관의 시즌 후 승수는 무려 21.3승이 된다. 20승을 여유있게 돌파한다.
등판 횟수는 더 많아진다
수치 상으로만 본다면 유희관은 후반기에 14번 정도의 선발 등판 기회를 얻는다. 당연히 많은 등판이 많은 승수의 기본 조건이다.
여기에 긍정적 변수 하나가 있다. 두산은 전반기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경기를 치렀다. 상대적으로 우천취소 경기가 많았다.
이후 일정은 추후 편성된다. 9월13일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 일정은 나와 있다. 하지만 각 팀의 우천 취소 경기는 추후 편성된다. 상대팀과 스케줄율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가 편성될 수 없다. 물론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에 월요일 경기나 더블 헤더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희관은 수치 상의 선발 등판 횟수보다 최소 1~2차례 정도 더 많은 선발 기회를 얻을 공산이 높다. 즉, 기대 승수는 0.5~1승 정도 상향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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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상과 체력저하다. 기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특히 체력부담이 극심해지는 여름철 후반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유희관의 경기 스타일 상 갑작스러운 부진이나 부상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의 내구성은 리그에서 최강 수준이다.
유희관은 농담삼아 "공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힘이 덜 든다.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내구성이 좋은 더욱 큰 이유는 타고난 유연함과 함께 투구 매커니즘 자체가 몸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데 있다.
최근 유희관은 더욱 공 빠르기를 낮췄다. 평균 132㎞ 안팎의 패스트볼 구속이 128㎞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는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을 위해 일부러 구속을 낮췄다"고 했다.
결국 여름철 체력부담이나, 부상 변수는 유희관 입장에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유희관의 20승을 밝혀주는 긍정적 두 가지 요소다.
혼자할 수 없는 20승
20승은 투수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타선의 뒷받침과 수비의 탄탄함, 그리고 뒷문의 견고함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희관과 두산의 궁합은 꽤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잠실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다. 최근 더욱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 맞춰잡는데 주력하고 있는 유희관이다. 두산의 내외야 수비는 최상급이다.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포수, 김재호 오재원이 버틴 내야진, 김현수 정수빈 민병헌으로 이뤄진 외야진도 그렇다.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상, 하위 타선이 조화롭고, 폭발력도 준수한 편이다. 결국 공수의 지원은 후반기에도 여전히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희관의 마인드 변화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내가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 올 시즌 야수들과의 케미스트리가 더욱 농밀해졌다는 팀내 평가다. 결국 마운드에서 좀 더 편하게 투구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의 뒷문은 약간의 문제가 있다. 여전히 투수진의 시스템에 정립되지 않은 두산의 현 상황이다. 니퍼트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경우 진야곱을 중간계투로 돌리면서 필승계투조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유희관은 뒷문의 계산이 제대로 나오지 않던 전반기에도 12승을 올렸다. 결국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유희관의 20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에 대해 유희관은 "솔직히 20승 욕심은 없다. 물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에는 시즌 막판 20승보다 포스트 시즌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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