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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한이닝 8실점 '대참사', 결국 부주의가 원인이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10 08:35


'대참사'는 결국 사소한 부주의와 실수에서 비롯된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격수 김민우의 포구 실수 하나로 인해 KIA 타이거즈는 '대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201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 3차전이 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KIA 선발투수 홍건희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KIA는 선발투수로 2승 방어율5.67의 홍건희를 내세웠다. 넥센에서는 8승 3패 방어율 3.81의 밴헤켄이 선발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9/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KIA의 경기. 전날 연장끝에 아쉽게 3대4로 역전패를 당한 KIA는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2승1패의 위닝시리즈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했다. 하지만, 상황이 썩 좋진 않았다. 전날 연장 혈투를 펼치며 투수력을 모두 끌어썼기 때문. 그래서 이날 선발진의 무게감이 넥센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KIA 선발 홍건희는 올해 2승에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 중인 투수다. 통산 선발 경험도 2경기 밖에 없다. 반면 넥센 선발 밴헤켄은 8승(3패)에 평균자책점 3.81일 기록 중인 넥센 에이스다.

이런 경기일수록 더 큰 집중력이 필수적이다. 1회 탐색전은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넥센은 안타와 도루, 볼넷, 와일드피칭으로 2사 1, 3루 기회를 잡았는데, 결국 득점에는 실패했다. KIA 역시 1사 후 김민우 브렛 필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는데 나지완이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201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 3차전이 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이 16-4의 대승을 거둔 가운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IA는 선발투수로 2승 방어율5.67의 홍건희를 내세웠다. 넥센에서는 8승 3패 방어율 3.81의 밴헤켄이 선발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9/
탐색전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2회말이었다. 홍건희는 선두타자 김민성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윤석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김하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2사 1루를 만들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추가하면 이닝을 마칠 수 있다. 그럼 다시 새 판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어이없는 실수가 터져나왔다. '대참사'를 불러온 사소한 실수는 KIA 유격수 김민우에게서 비롯됐다. 2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넥센 9번타자 박동원.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를 받아쳤는데 유격수 왼쪽으로 굴러갔다. 코스가 약간 깊었지만, 외야로 빠질 만한 위치나 스피드가 아니었다. 김민우가 충분히 따라가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김민우는 재빨리 공을 쫓아가 백핸드로 잡아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공을 글러브 포켓에 안전하게 넣지 못했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 결국 타구는 글러브 손바닥 부근에 맞고 튀었다. 김민우는 황급히 앞에 떨어진 공을 다시 주워 1루로 던졌지만, 이미 박동원이 먼저 베이스를 밟았다.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이 2사 1, 2루로 확대됐다. 이런 갑작스러운 혼란을 올해 2번밖에 선발 경험이 없는 홍건희가 이겨내긴 어려웠다.

결국 홍건희는 이후 고종욱에게 우전 적시 2루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서건창-스나이더에게 연속 볼넷, 그리고 박병호에게 만루홈런까지 맞았다. 끝이 아니었다. 유한준에게도 우전안타를 맞은 뒤 김민성에게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8점을 내주고 문경찬과 교체됐다. KIA의 위닝시리즈 도전 꿈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모든 것이 김민우의 수비 실책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8점을 허용했지만, 홍건희의 자책점은 놀랍게도 '0'이었다.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문의한 결과 이는 한 투수의 한 이닝 비자책점 부문 역대 2위에 해당했다. 2011년 10월4일에 한화 투수 유창식이 부산 롯데전에서 6회말에 10실점을 했는데, 그 중 9점이 비자책점이었던 게 역대 최다 한이닝 비자책점 기록이었다. 홍건희의 대량 실점이 모두 비자책점 처리됐다고 해서 KIA에 좋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초반에 실책으로 대량 실점이 발생하면 경기가 이어지는 내내 팀에 누적되는 데미지가 크다. 기본적으로 투수진의 소모가 늘어나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크게 떨어진다. 1패 그 이상의 데미지가 남을 수 밖에 없다. 사소한 실수가 원인이었지만, 결과는 사소하지 않게 됐다. 왜 그토록 모든 지도자들이 집중력을 강조하는 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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