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한현희, 김민성, 조상우, 유한준. 매년 히트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가 올해 내놓은 최고 신상품이 김하성이다.
KBO리그의 대표 유격수, '제2의 강정호'로 성장하고 있는 김하성을 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1년 간 강정호 선배를 옆에서 보면서 선배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게 히어로즈 입단은 행운이었다. 다른 팀에 갔다면 지금 퓨처스(2군) 경기에 출전하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김하성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22)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지난해 60경기에 출전해 59타석에 섰다. 타자의 경우 입단 후 '5년 이내, 60타석 이하' 출전 때 신인왕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 조건을 가까스로 채웠다.
신인왕 자격에 얽힌 사연이 재미있다. 지난해 9월 엔트리가 확대되면서 1군에 등록된 김하성은 경기 전 티배팅을 하다가 근처에 있던 구단 프런트에게 신인왕 자격 요건을 물었다. 별다른 생각없이 툭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따져보니 그때까지 59타석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즌 종료까지 한달이 남은 상황. 아무리 못해도 한달 간 1타석 이상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다음 시즌에 신인왕 자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1번도 타석에 서지 못했다. 김하성은 그게 아직도 신기하다고 했다.
그런데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비슷한 시점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염 감독은 "김하성이 2015년에 풀타임 출전한다면 신인왕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9월 이후 남은 시즌에 대수비, 대주자로만 활용했다. 사실 김하성을 타석에 세워야 하는 상황이 많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하성 신인왕 만들기 프로젝트'가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다. 김하성은 지난해 타율 1할8푼8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
염 감독은 손목 힘, 풋워크가 좋은 김하성이 어깨도 강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히어로즈 입단은 행운이었다.
"다른 팀에 갔다면 지금 2군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 워낙 잘 하는 선배들이 많아 첫해부터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신인 때는 2군 경기에 풀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때 염 감독은 김하성을 불러 세세한 설명없이 "올해는 너를 써야되니까, 준비를 잘 하라"고 했다. 짧고 울림이 큰 이 말이 김하성의 가슴을 힘차게 뛰게 만들었다.
선배 강정호처럼 되고 싶었다.
김하성 이름 앞에 꼭 따라다니는 게 선배 강정호다. 지난해 1년 간 강정호를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다. 함께한 시간이 짧았으나 훈련을 하면서, 또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우리 팀의 좋은 야구, 뛰어난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또렷해졌다. 강정호 선배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되고 싶었다. 선배처럼 야구를 하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하는 지 알게 됐다. 강정호 선배는 야구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성격, 멘탈을 갖고 있었다."
강정호는 수비 위주의 발이 빠른 전형적인 유격수가 아니다. 체격도 유격수답지 않게 컸다. 강정호처럼 당당한 체격, 힘을 갖고 싶은 마음에 김하성은 지난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염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표가 잘 안나는데, 근육이 굉장히 좋다. 손목힘까지 좋아 많은 홈런을 때릴 수 있다"고 했다.
|
지난 2월 히어로즈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잠시 머물렀던 선배는 "아프지 말고 잘 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김하성은 "구체적인 조언보다 그런 말이 좋았다. 강정호 선배는 그런 스타일이다. 엄청 쿨하다"고 했다.
2015년 올스타전 유격수 부문 팬투표에서 1위 질주.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부모님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지난 스프링 캠프 때 타격폼을 바꿨다. 예전에는 배트를 빳빳하게 세웠는데, 코칭스태프의 조언대로 귀쪽에 방망이를 댄 상태에서 타격을 시작한다. 염 감독은 "이전 타격자세로 갔다면 2할대 초반 타율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공을 때릴 때 배트 축이 팔보다 먼저 나왔는데, 손목이 먼저 나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과 봄 심재학 타격 코치가 꼭 붙어서 김하성 타격폼 개조에 매달렸다.
한국시리즈 주역이 되고 싶다.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때 딱 1경기에 나갔다. 4-2로 앞선 1차전 8회에 대주자로 출전해 도루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포스트 시즌 내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때 딱 한 번 그라운드를 밟았다. 물론, 이 또한 코칭스태프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김하성은 "그때는 엄청 긴장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에 나가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
"홈런 욕심을 내면 망가질 것 같다. 안타를 많이 치고 볼넷을 많이 골라 타율을 올리고 싶다. 3할 타율은 누구나 하고 싶고, 일단 페이스를 잘 유지해 2할9푼대 타율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야구 잘 하면 시샘이 따른다. 최근 도핑 파문이 터지기 전에 히어로즈 선수들을 음해하는 루머가 있었다. 심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를 하는 지 안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김하성은 "모르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뛰어난 타격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김하성은 스스로 수비에 더 강점이 있다고 했다. 아직 실수가 많지만 경험 부족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타격도 그렇지만 수비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타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박병호 선배의 힘, 서건창 선배의 컨택트 능력, 고종욱 선배의 빠른 발을 갖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김하성의 강한 손목힘과 어깨, 자신감을 부러워할 것 같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