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민낯', 한국 게임계에 드리운 그림자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06-29 05:55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말은 변함없는 진리다. 특히 개인이나 조직의 뛰어난 창의력과 열정의 산물인 문화 콘텐츠의 결정체,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적절치 못한 인사로 인해 내부의 불협화음과 '민낯'이 외부로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게임계 전체의 위기감을 대변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 최대 게임사로 성장한 넥슨 얘기다.

넥슨은 이달 초 기업과 게임으로 나뉘었던 홍보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두 조직을 각각 이끌었던 2명의 홍보실장이 경질됐다. 조직에서 부서 이동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 2명은 다른 부서로의 전환배치가 아닌 사실상 해임을 통보받았다. '총성없는 전쟁'이라 부르는 기업의 홍보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던 두 실장이 갑작스레 떠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또 외부에서 영입한 인력이 넥슨코리아 박지원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지면서,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개편을 주도했던 홍보 본부장도 조만간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홍보전에서의 패배였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3년 전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로 떠올랐던 넥슨이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 투자'에서 '경영권 참여'로 바꾸면서 게임계뿐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일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넥슨은 1대 주주로서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결국 돈만 밝힌다는 '돈슨'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또 엔씨소프트가 '백기사'로 넷마블게임즈를 영입하면서 분쟁은 사실상 엔씨소프트의 완승으로 끝났다. 넥슨으로선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지 못했다. 이 책임을 실무진에게 떠넘긴 셈이다.

사실 이는 어느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일이 발생했을 때 김택진 대표를 필두로 경영진과 실무진이 끝없이 머리를 맞댔고, 이를 대부분 공개하며 정면 대응했다. 평소에도 엔씨소프트는 게임계 '형님 리더십'의 대표주자로 산업계의 이미지 제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넥슨은 1대 주주가 됐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주주 제안서만 공개했을 뿐 대부분의 질문에 함구했다. 2명의 실장들 역시 조직으로부터 이렇다 할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 상태에서 홍보전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던 이들의 노력은 무능력으로 돌변했다. 정보 비대칭에서 오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인데, 정작 '권한 없는 책임'만 부과된 것이다.

물론 넥슨은 혁신적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1996년 온라인게임 효시인 '바람의 나라'를 만든 것을 필두로 현재는 전세계 게임사의 과금 시스템 대명사인 '부분 유료화'를 만들었고, 이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으로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또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의 IP를 인수했고, 글로벌 인기작 'FIFA 온라인 3' 등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에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게임사로 우뚝 섰다.

굥은 기업답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면서 게임사 가운데 가장 먼저 홍보조직을 만들어 체계적인 홍보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업계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하지만 창업 20주년을 이제 막 넘겼음에도 벌써 4000여명이 넘는 대형 글로벌 조직이 되면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회장이 여전히 중요한 일들을 직접 결정하지만, 주요 회사 CEO와 달리 현장에서 떠나있어 주요 경영진들조차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 혼자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기엔 회사 규모가 너무 커졌다. 게다가 투자 대비 성과와 효율성만 강조하다보니 게임사의 핵심인 '벤처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정부는 '불통'과 '독점'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책임에 걸맞는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회사의 목표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을뿐 아니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다. 넥슨 관계자는 "1대 주주로서 이사 선임 등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밝혔지만, 이런 내용이 진솔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왜곡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아무리 개편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기 힘들다.

결국 만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지난해 넥슨코리아 수장을 맡은 후 개발력 회복과 모바일 부문을 강화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박지원 대표에게도 이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의 '복심'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박 대표마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넥슨은 글로벌적인 엄청난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기기 더욱 어려워진다. 국내 최대 게임사의 위기를 한국 게임산업계 전체가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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