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방편은 상황이 급박할 때 쓴다. 빠르게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계도 갖고 있다. 그래서 임시 방편을 계속 유지하는 건 장기적으로 손해다. 시즌 첫 4연패에 빠진 한화 이글스가 처해 있는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승 롱릴리프인 송창식의 보직을 전환했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점도 나타났다.
 |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송창식과 LG 우규민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한화 선발 송창식이 5회 무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닝을 마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송창식.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6.13 |
|
불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송창식은 올해 한화 불펜진의 또 다른 키플레이어다. 박정진과 권 혁, 윤규진 등의 필승조와 함께 조합될 때 빼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선발 투수가 5이닝 정도 버텨줬을 때, 혹은 퀵후크 상황에서 어김없이 송창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짧게는 ⅓에서 길게는 4이닝까지 던져주면서 든든히 허리를 받쳤다. 송창식이 중간에서 이런 활약을 해준 뒤에 박정진이 나오고 그 뒤를 권 혁이나 윤규진이 따로 혹은 동시에 나오는 게 한화의 필승 패턴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송창식은 현재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일시적으로 선발 보직을 받았다. 지난 13일 대전 LG 트윈스전부터 18일 대전 SK전까지 2연속 선발로 나왔다. 결과는 일단 나쁘지 않다. 2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버티면서 1승1패, 평균 4.91을 기록했다. LG전은 5이닝 2안타(1홈런) 1실점 승리, SK전은 6이닝 5안타(2홈런) 5실점 패전. 어쨌든 최소 5이닝은 버텼고, 1승을 팀에 안겼다는 면에서는 그런대로 제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변신에는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원래 송창식이 나가는 자리는 지난 겨울 FA로 영입한 송은범의 것이었다. 하지만 송은범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선발로 나와 심각한 부진을 이어갔기 때문.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 송은범은 평균자책점 7.96에 4패만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발로 쓸 수 없다. 결국 계속된 송은범의 부진에 고민하던 김성근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송은범을 2군으로 보내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도록 한 뒤 송창식을 선발로 전환했다. 당시 한화의 팀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
 |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1루 한화 권혁이 교체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6승 3패 방어율 5.32의 탈보트를 내세웠다. NC에서는 2승 3패 방어율 3.98의 이재학이 선발 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0/ |
|
그러나 이로 인해 한화 고유의 필승 패턴이 흔들린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불펜에서 늘 대기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던 송창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4~5일에 한 번만 등판하는 선발로 전환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가 빠진 자리를 채워줄 롱릴리프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박정진과 권 혁, 윤규진의 위력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이런 문제가 결과로 노출되고 있다. 한화가 17일부터 20일까지 당한 4연패 중에서 2번이 역전패였다. 이전까지 한화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승을 기록했던 팀이다. 그러나 중간이 약해지면서 경기 후반 끈질기게 달라붙는 모습이 약해지고 있다. 물론 이 4연패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심각한 득점력 저하에 있다. 그러나 분명 송창식의 선발 전환으로 생긴 불펜의 약화도 한 몫을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현재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